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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에 기대고(lean) 싶은 공간

유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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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다정 님 


늘 영도에 도착하기 위해선 어느 다리든 지나쳐야 했기에 다리를 건너면 아 영도에 왔다, 집에 왔다는 기분이 들어 안심이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다리뿐만 아니라 흰 간판도 그 역할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검은 아스팔트와 회색 건물들 사이에서 흰 간판 하나가 그렇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가게인지 궁금하였고, 수제버거라길래 신기했고, 먹어본 사람은 모두 맛있다고 하여 더욱 흥미가 생기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래도록 수제버거 맛집으로 자리 잡은 '버거린'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고 인터뷰를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가게를 시작하셨던 때가 기억나시나요? 인스타그램을 보니 사장님이 중국학을 전공하셨다고 하던데 어떻게 가게를 오픈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 당시에 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누구나 자기 가게에 대한 로망이 있을 텐데 저도 그 정도였어요. 처음엔 전공을 살려서 취업했는데 1년 있다가 회사가 망해서 없어졌어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제 요리를 먹고 맛있다는 말 듣는 게 좋아서 깊게 생각하지 않고 해 보자! 이렇게 되었어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주변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 이야기가 엄마가 해준 밥을 맛있어하는 정도였을 텐데 싶어요.

그리고 가게를 쉽게 찾아서 빨리 연결이 된 것 같아요. 영도에 살지만 이쪽은 잘 몰랐는데 여기에 임대라고 커다랗게 붙여 놓으신 거예요. 가게를 하려면 현실적으로 근린생활시설로 건물이 등록되어 있어야 하고 여러 가지 볼 게 많은데 다 부합하더라고요. 사람 많이 다니고 길가인 데다가 권리금도 없어서 눈 깜짝할 사이에 구하게 된 거죠. 술술 잘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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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거린 외부전경 


그렇다면 원래 요리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저는 원래 요리를 하던 사람이 아니었어요. 21살에 중국으로 유학 갔고, 그때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어요. 그때까지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다가 학교 밥이나 중국음식이 잘 안 맞아서 요리를 해 먹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솜씨도 없고 겨우겨우 레시피를 찾아서 하는 정도였는데 요리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리고 누군가 먹었을 때 맛있어하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저는 그게 특별하다고 생각했어요.

 

버거린이 '수제버거 맛집'으로 유명하더라고요. 메뉴를 수제버거로 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버거는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었고 한국에서 잘 먹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여행만 가면 맛집을 찾을 때 늘 수제버거집을 갔더라고요. 쉬는 기간에 엄마랑 베트남으로 여행을 갔는데 그때도 수제버거집을 갔고 맛있게 먹었어요. 돌아와서 앞으로 뭘 할지 찾는 와중에 번뜩 수제버거를 팔면 좋겠다는 생각이 엄마랑 저랑 동시에 들었어요. 창업을 진지하게 생각한 건 아니고 우선 집에서 만들어봤어요. 고기를 사서 해봤는데 아빠가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이거 잘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맨날 만들어봤죠. 고기를 어떤 걸 써야 하는지 모르니까 부위별로 사서 다른 부위랑 섞어보고, 양상추도 써보고 청상추도 써보고, 프랜차이즈 버거를 여러 번 먹어보기도 했어요. 한 달 정도 해봤는데 비주얼도 괜찮고 주변 사람들도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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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거린 버거 


버거린을 혼자 운영해오셨는데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해결되지 않아 포기하게 된 부분도 있을까요?

오픈했을 때 27살이었어요. 사회생활도 많이 안 한 나이인데 내가 사장이니까 내가 다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었어요. 많이 생각하고 시작했던 게 아니다 보니까 하나를 잘 끝내면 다른 하나가 문제가 생기고 그래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가게 하나를 운영하는데 100을 알아야 한다면 저는 10만 알고 90은 몰랐던 거예요. 그리고 공사했던 한 달 동안의 고생은 창업한 이후에 비하면 비할 데가 아니었어요.

오픈 직후에 손님이 꽤 있는데도 기분이 안 좋은 거예요. 내가 생각했던 건 이런 게 아닌데 하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장보고 요리하다 보면 밥 먹을 시간도 없었어요.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니까 내 생활이 없어진다는 기분을 점점 느끼게 됐어요. 1주일에 한 번 쉬는데 제대로 쉬지도 못하니까 체력적으로도 힘들더라고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할 때마다 손님들한테 미안하고 내가 그릇이 안되나 하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그리고 가게가 길가에 있어도 대부분 이 가게가 뭘 파는지, 수제버거가 뭔지도 잘 모르시더라고요. 햄버거라고 해놓지 왜 수제버거로 해놓았냐 하시고 가격 보고 나가시는 분들도 계시고. 햄버거라고 하면 롯데리아, 맥도날드, 싼 가격, 패스트푸드를 생각하시는데 저는 다르잖아요. 제가 하는 건 요리인데. 그런 손님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타협했어요. 수제버거가 뭔지 문에 스티커도 붙여 놨죠. 2년이란 시간을 생각을 바꾸는 데 썼어요. 이제는 아시는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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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거린 인테리어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은데, 어떻게 버틸 수 있으셨어요?

빨리 포기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는 거예요. 연락 안 하던 친구도 와서 응원해주고, 고생하신 부모님도 계시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응원해줬는데 그런 사람들을 두고 그만둘 수 없었어요. 그래서 2년만 버텨보자, 기다려보자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지금도 엄마랑 둘이 이야기하면 우리처럼 무식하게 가게 연 사람들 없을 거다 해요. 어디 가서 배운 것도 아니고 고생하지도 않았고. 그런데도 맛있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복이구나 싶어요. 맨날 오시는 손님, 단골로 찾아 주시는 손님 때문에 견딜 수 있었어요.


사장님만의 운영 철학이 있을까요?

저는 제가 먹는다고 생각하고 요리해요. 정리정돈은 잘 못해도 위생은 엄청 예민하거든요. 예를 들어 장갑을 끼더라도 야채를 집는 집게는 따로 두었는데 엄마가 도와주러 와서 장갑으로 야채를 만지면 그게 충돌이 되더라고요. 내가 먹을 음식 만들 때 깨끗하게 만들잖아요? 그렇게 요리해요.

그리고 처음에는 내 가게 하면 피곤하면 하루 문 닫고, 쉬면 되지 하는 마음이었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손님과의 약속이고 손님 입장에서 가게는 항상 열려 있는 공간이니까 그런 가게가 되려고 노력했어요.


경제적 자유가 생긴다면 제일 먼저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버거린은 계속 운영되나요?

일단 너무 힘들어서 가게를 닫고, 유학했던 곳에 갈 것 같아요. 여행이든, 한 달이나 일 년 살기든. 추억으로 살아간다는 말하잖아요. 힘들 때 유학했을 때 생각이 많이 생각났어요. 좋았던 기억만 있는 곳이어서 언젠가는 가야지 생각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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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거린 내부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내년이면 버거린이 4주년이더라고요. 앞으로 버거린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3년까지는 얼마 안 된 기분이었는데 4주년이라고 하니까 엄청 오래 한 것 같네요. 저는 무탈한 게 좋아요.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생기고 이런 게 너무 많아서, 큰 변동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혼자 운영하기 때문에 가게가 크게 대박 났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없고 그저 아무 일 없으면 평온하게 보내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처럼 소소하게 버거 맛있다고 하면서 오시는 분이 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오랜 경험자로서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제가 부족해서 할 말은 없는데 "구체적인 계획, 확실한 자신감, 공부를 해서 기본이 탄탄한 게 아니고, 그냥 한 번 해볼까? 하는 사람들에게는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어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땀 한 땀 혼자 이뤄내신 사장님이 정말 멋지고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부터 손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하루 휴무를 지켜오며 잘 버텨오신 사장님을 응원하면서 인터뷰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가게 하나를 꾸려나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손님의 맛있다는 한마디가 얼마나 큰 원동력이 되는지 사장님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유다정

쉽게 행복한 사람
'다정'한 제 이름을 좋아하며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작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고 순간의 행복을 충분히 느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크리에이터 #글쓰는사람 #글쓰기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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