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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재료도 맛도 ‘착한’ 도너츠

유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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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다정 님



* 표준어는 ‘도넛’이지만 단어가 주는 느낌 때문에 도너츠와 도나쓰를 그대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런 음식이 있다. 추억과 함께 먹는 음식. 내게도 어릴 때의 추억이 담겨 정기적으로 생각나는 간식이 있다. 어머니는 우리 삼 남매를 데리고 매년 치과와 안과에 가셨다. 나는 치과보다 안과 가는 날을 기다렸는데, 치과가 무섭기도 했지만 안과 근처에는 호두과자와 붕어빵 가게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과 진료를 마치고 어머니가 사주신 흰 앙금이 든 호두과자와 달달한 팥소로 채워진 붕어빵은 아직까지도 나의 최애 간식이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퇴근길에 종종 사 오셨던 검은 봉지에 담긴 도너츠도 추억의 간식이다. 꽈배기부터 팥도너츠까지 종류별로 한가득 사 오셨는데 그날만큼은 아버지보다 손에 든 검은 봉지를 더 반겼던 것 같다. 그 기억 때문인지 수많은 프랜차이즈 도넛가게가 있지만 시장에 가야 먹을 수 있는 시장 도나쓰를 더 좋아한다.


요즘엔 체인 빵집과 도넛이 동네마다 생기면서 정감 있는 동네 빵집과 도너츠 가게 찾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인지 우연히 길을 가다가 발견하는 동네 빵집과 도너츠 가게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추억의 간식에 대한 나의 갈증은 일부러 호두과자 가게를 찾아가고 버스를 타고 다른 동네까지 가서 빵집 투어를 하는 걸로 해소하곤 했다. 그러니 어느 날 우리 동네에 생긴 도너츠 가게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이름도 재료도 맛도 착한 착한도너츠’, 오늘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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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도너츠' 외부 전경


오픈한 지 이제 3년 정도 된 이 가게는 착한도나쓰가 아닌 착한도너츠로 아주 정직한 간판을 달았다. 나는 이 가게 도너츠의 맛과 모양, 냄새와 포장까지 어릴 때 먹은 도나쓰와 꼭 닮아서 오픈하고 1년이 지날 때까지 착한도나쓰라고 무작정 생각했었다. 문득 착한도너츠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놀랐지만 가게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수긍했던 기억이 있다. 이 도로변에서 유일하게 새벽에 불 켜진 가게, 도너츠가 있다면 늦게까지 손님을 기다리는 가게. 그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착한 도너츠이다.


착한 도너츠의 단골손님으로서 놀란 점은 신메뉴가 꾸준히 나온다는 점이다. 도너츠 가게의 기본인 찹쌀꽈배기, 찹쌀도너츠, 팥도너츠를 시작으로 생크림, 슈크림 도너츠가 더해졌고 지금은 감자고로케까지 나온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메뉴가 나올 수 있을까 사장님께 여쭤보니 손에 익어서 시간이 생겨서 그렇다며 담담하게 답변해주셨다. 안주할 수도 있을 텐데 새로운 메뉴를 하나하나 추가해가는 사장님의 행보가 굉장히 멋있었다혹시 다른 신메뉴도 생각하고 계신지 살짝 여쭤봤는데 바로 에그타르트나 호두타르트를 생각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지금도 많은 메뉴가 있는데 끊임없이 고민하시는구나 알 수 있었다. 단골손님으로서 나의 기대도 커졌다


제빵 일이 힘들다고 알고 있는데 제일 힘든 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장님은 매일 새벽에 나오는 거라고 하셨다. 숙성 반죽은 2시간 이상 숙성시켜야 해서 늦게 문을 열면 모든 게 다 늦어진다고, 직업이니까 책임감에 나오는 거라고 덧붙여 주셨다. 그럼에도 손님의 맛있어요!” 한 마디가 가장 뿌듯한 일이라고 하시니 착한도너츠의 착한사장님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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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도너츠' 진열된 도너츠들(좌), 가게 내부 전경(우)
 

나의 고정 질문인 경제적 자유가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답변을 해주셨다. 금액에 따라 얼마 이상이면 쉬고, 얼마 이하면 일을 여유롭게 할 거라고 하셨다. 만약 아주 큰돈이라면 일을 그만하고 좋아하는 운동이나 등산, 맛집 투어를 다닐 것 같다고도 하셨다. 빵집 사장님의 맛집 투어라면 아주 믿음직스러울 것 같다. 자영업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철저하게 준비해서 시작하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가격이든 뭐든 차별점을 두어야 하고 착한도너츠는 최선을 다하는 게 차별점이라고 말씀하셨다.


사장님과 인터뷰를 마치면서 착한도너츠라는 가게 이름에 본인이 먹었을 때 맛있는 음식, 단순하게 만들어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판다는 사장님의 마음가짐이 담겨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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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도너츠' 내부 전경 

유다정

쉽게 행복한 사람
'다정'한 제 이름을 좋아하며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작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고 순간의 행복을 충분히 느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크리에이터 #글쓰는사람 #글쓰기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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