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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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문화예술의 출발점

한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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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석 님 


나의 관심, 택시 기사님들과의 만남

 

어느 순간부터 저는 영도 지인분들께 영도의 옛날 모습이나 재미난 이야기들 묻기를 즐겨 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당연한 듯 누려온 영도에 대해 이모저모 관심이 가기 시작했을 무렵, 영도문화도시센터에서 진행한 영도가 문화학교 <지역문화 기록자 과정>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사는 곳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영도에 무엇이 있는지, 누가 살고 살았는지, 지금은 어떤 삶이 펼쳐지고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게 했습니다. 차츰 재미있는 일, 호기심 가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 동네에는 택시가 참 많다고 느꼈습니다. 택시가 줄 선 가스충전소, 간판 없는 기사식당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의 그런 관심은 택시 기사님들과의 인터뷰를 기록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영도사람이기도 하면서 영도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는 택시 기사님들에 대한 기록을 통해 영도의 일상들을 기록해 보고 싶었습니다. 기사님들은 언제부터 영도에 사셨는지, 어떻게 영도에 자리 잡게 되셨는지, 기억에 남는 손님과의 에피소드는 없는지...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평범한 영도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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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택시드라이버 

 

청학동 바닷가 앞 첫 집에 사셨다는 기사님은 어린 시절 집 앞에서 동네 형들에게 바다 수영을 배워 지금도 수영에는 자신 있다고 말씀하시며 그곳이 지금은 매립되어 산업단지가 되어버려 안타깝다고 하셨습니다. 푸른 산과 넘실거리는 바다가 가까이 있던 그 시절을 추억하는 걸 보며 영도사람들은 영도가 더 산업적으로 개발되기를 바랄 것이라는 저의 단순한 생각이 부끄러웠습니다. 또 다른 기사님은 영도에 일자리가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은 영도에서 평생 택시 일을 해서 살 집도 짓고 자녀들도 다 키웠는데 자녀들은 직장을 찾아 떠나 아무도 영도에 남아 있지 않다며 슬퍼하셨습니다. 흔하게 듣는 경제가 살아야 하고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는, 그런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영도에 일자리가 생기면 사랑하는 자녀들과 귀여운 손자 손녀들과 함께 영도에 살 수 있을 거라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우리는 영도라는 같은 공간에 살고 있지만 다른 세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내 주변에는 이처럼 다양한 생각과 이야기를 품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주변의 이야기를 담아내 알리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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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 소리기록단 소리 녹음 현장

 

팟캐스트의 시작, ‘교양 넘치는 부산

 

올해 초 영도도시문화센터에서 주관한 영도소리기록단 활동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전공에 진심인 역사학과 대학생, 진로(팟캐스트 진행자 닉네임)의 부산 근현대사 이야기를 듣던 참가자들은 팟캐스트로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고 그 역시 부산의 역사, 문화와 관련된 팟캐스트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 저는 그럼 저랑 해요!”라고 외쳤습니다. 언젠가 팟캐스트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고 생각해 왔던 저에게는 깊은 고민이 필요 없었습니다. 주변의 작은 이야기를 담고 잊혀가는 부산의 추억들을 풀어내 보는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교육을 위해 오신 우피(팟캐스트 PD) 님까지 의기투합해 바로 첫 녹음 날짜를 잡았습니다. ‘교양 넘치는 부산팟캐스트는 다소 즉흥적이지만 자신 있게 시작해 부산의 역사와 부산사람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18월 현재까지 14가지 에피소드를 다루며 부산 해수욕장에 찾아온 간첩, 각하 전용 호텔, 부산의 시장과 밀수품, 산토리니 가지 마라, 영도 이름의 비밀 등 부산과 지역을 들여다보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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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교양 넘치는 부산>, 좌로부터 정욱교(우피) PD, 홍준영(진로) 진행자, 한정석(대선) 진행자

 

나의 작은 호기심, 기획자 그 뭐시라꼬?!

 

저는 무엇이 문화이고 예술인지 잘 알지 못하지만 ! 이런 재미있는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호기심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창조적이며 이상적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문화예술 영역의 사람들이 자신만의 활동을 꾸려 나가는 모습은 아주 멋있고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저는 이제 호기심 단계를 벗어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하고 시도하는 단계에 도달한 정도에 불과합니다. 3년 전, 부산문화재단의 청년기획자학교를 시작으로 유튜브 영상 제작 및 스트리밍 지원 등을 해 오다 작년 영도문화도시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해 영도가 문화학교, 영도 소리기록단 활동에 이어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지금에 이르러 돌아보면 호기심이 많은 일을 저질렀구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거창하고 멀리 있는 기획이 아니라 내가 알고 싶고 또 알리고 싶은 소재를 발굴하고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호기심, 기획의 즐거움이 단순한 일상에 변화와 긴장감을 더해 줍니다. 이런 호기심이 누군가의 또 다른 호기심도 건드릴 수 있다면 재미가 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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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가 문화학교 <지역 문화기록자 과정> 활동

 

배움과 경험의 시간이 감사합니다

 

잘 모르는 분야,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으로 취미생활처럼 시작한 일들이 일정한 결과물로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시기는 무척 즐겁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많은 걸림돌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걸림돌이 발견되는 그 순간, 교육의 위대한 힘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그 목적이 불분명해 방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동안 영도문화도시센터를 통해 만난 멘토분들의 강의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활동에 담긴 내면에 목적, 방향성을 놓치지 않게 해주는 힘이 여기에 있었습니다. 팟캐스트의 경우도 소리기록단에서의 실제적인 제작 경험이 방송을 준비하는 물리적 부담을 많이 줄여 주었습니다. 비슷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고 관련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으며 작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서 자신감과 실행 능력이 생겼습니다. 그 점이 영도문화도시센터에서의 활동이 소중하고 감사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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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 기획자의 집 특강 

 

관심, 문화예술의 출발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문화예술 활동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새로운 삶, 새로운 이야기들이 보이고 그것들이 글로 그림으로 춤으로 노래로 풀려 나오는 것이 문화이자 예술이 아닐까요? 저의 관심사를 잘 녹여내어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낼 기회, 다 큰 어른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로써 기회를 만들어준 영도문화도시센터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나의 작은 관심이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호기심을 두드리고 관심을 불러올 수 있다면 작은 돌멩이 하나가 연못에 큰 동심원을 수없이 그려내듯 고요하지만 분명한 파동이 될 것이라 믿으며 글을 마칩니다. 행복하십시오.

 

한정석

팟캐스트 “교양 넘치는 부산” 진행자. 그리고 가끔은 유튜브 제작자.
직장은 절. 문화예술인들의 삶을 지지하고 활동에 관심이 많은 이과 출신 문과 전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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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부산광역시 영도구 대평로 27번길 8-8, 2층 영도문화도시센터 전화.051-418-1863 팩스.051-418-1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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