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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를 위한 다채로운 사례들을 연재합니다

바다를 위한 제로웨이스트

김용규 오션카인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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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오션카인드 대표
▲ 김용규 오션카인드 대표


설레는 마음으로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바닷속으로 들어갑니다. 낯선 바닷속 풍경 사이로 익숙한 물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비닐봉지, 음료수병, 물티슈, 장갑 등 어디선가 흘러든 쓰레기들이 바닷속을 여기저기 돌아다닙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그물망에 담아 밖으로 가지고 나옵니다. 다이빙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니 바닷가에도 쓰레기가 많이 보입니다. 해변에 남겨진 쓰레기가 파도에 실려 너무도 쉽게 바다로 들어갑니다. 바닷속에서 어렵게 가지고 나온 쓰레기를 보고 있자니 허무한 마음이 듭니다. 바닷가에 방치된 쓰레기를 그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까운 해변으로 가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습니다. 쓰레기를 줍다 보니 우리의 소비 습관이 바다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눈에 들어온 쓰레기는 해변을 찾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버린 음료 페트병이나 일회용 컵 등이었습니다. 바닷가에 카페나 상점이 많아서 많이 소비되는 물건들이었어요. 특이한 점은 어느 해변에나 외국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이는 페트병이 꼭 있다는 것이었어요. 가까운 북한이나 중국은 물론 멀리 러시아나 동남아시아 국가의 글씨가 적힌 페트병까지 우리나라의 해변에서 발견된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바다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바다로 흘러든 페트병이 이렇게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있던 것이었어요. 우리나라의 해변을 떠난 페트병도 가까운 바다를 지나 태평양 어딘가를 떠다니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쓰레기들이 모여 바다에 거대한 쓰레기 지대를 이루고 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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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속을 떠다니는 비닐봉지 

 

해변에 들어서서 모랫바닥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담배꽁초가 많이 보입니다. 작아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 같지만 담배꽁초에도 플라스틱이 섞여 있으니 그냥 보기만 할 수가 없습니다. 담배꽁초는 전 세계의 해변에서 가장 많이 수거되는 쓰레기이기도 합니다. 담배꽁초만큼이나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해변 곳곳에 흩어져 있는 검은색 플라스틱 조각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줍다 보면 금세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아지곤 하는데요


이 플라스틱 조각은 일부 폭죽에서 나오는 탄피입니다. 화약을 담은 플라스틱 탄피가 하늘로 올라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터지고 그 껍질만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한 번에 수십 개씩. 누가 줍기도 어려우니 해변에 플라스틱 탄피가 계속 쌓여갑니다. 파도에 휩쓸려 바다로 들어간 플라스틱 탄피가 주변의 해변으로 퍼지고 바닷속으로도 들어갑니다. 폭죽과 함께 해변에서 많이 사용하는 소원등과 풍선도 종종 볼 수 있는 쓰레기입니다. 하늘로 띄워 보내면 바람에 멀리 날아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주변 어딘가로 떨어집니다. 타고 남은 소원등에는 철사로 된 틀이 있고 풍선에는 끈이 묶여있어 바닷새나 해양동물에는 올가미만큼이나 위험한 물건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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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죽에서 나온 플라스틱 탄피 

 

하루는 해변에서 어떤 공사를 하는지 중장비가 해변 모래를 파헤치고 있었습니다. 모래 안에 묻혀 있던 쓰레기가 검은 모래와 뒤섞여 함께 밖으로 나왔는데요. 비닐봉지 하나가 바람에 흩날려 가길래 얼른 쫓아가서 주워보니 아주 오래된 과자봉지였습니다. 꼭 새것처럼 상태가 깨끗했는데요. 놀랍게도 가격이 100원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알아보니 1980년대 초반에 판매되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과자봉지가 약 40년 동안 땅속에 그 모습 그대로 묻혀 있었던 것입니다. 비닐봉지가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00년 가까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동안 우리가 사용해온 비닐봉지의 대부분이 이런 모습으로 어딘가에 묻혀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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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과자봉지 

 

플라스틱은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플라스틱은 자연 상태에서 완전히 분해되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조각으로 계속해서 부서질 뿐입니다. 결국 사람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아지기 때문에 없어진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데요. 바다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경우 이 작은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의 먹이 사슬로 들어가 계속해서 해양 생물의 체내에 쌓이게 되어 결국은 우리가 섭취하는 수산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돌아올 피해의 정도를 계산하기에 앞서 해양 생물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섭취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미 크게 우려할 사항입니다. 해변에도 이미 작은 조각으로 부서진 플라스틱이 많은데요. 그대로 두면 언젠가는 줍지도 못할 정도로 작아질 것입니다.

 

해변에서 낯선 물건들을 보기도 하는데요. 각종 생활용품과 주사기와 약병 같은 의료용품, 농약, 살충제 등입니다. 해변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런 물건들이 어떻게 해변까지 오게 되었을까요? 우리가 사는 곳에는 어디나 크고 작은 하천이 있습니다. 하천은 가까운 강으로 흐르고 있고 강은 바다를 향해 흐릅니다.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어 하천으로 유입된 쓰레기가 결국 먼바다까지 흘러가는 것입니다. 해변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떠밀려 와 있습니다. 해변을 떠난 쓰레기가 바다 쓰레기가 됩니다. 바다 쓰레기의 대부분은 이렇게 육상에서 만들어집니다. 해변은 우리가 살고 있는 땅과 바다가 만나는 곳입니다. 우리가 만들어 낸 쓰레기가 바다로 들어가는 곳이기도 하고 어디선가 바다로 흘러든 쓰레기가 다시 땅 위로 밀려와 머무는 곳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해변에 남겨진 쓰레기를 줍는 일이 바다로 흘러드는 쓰레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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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에 남겨진 쓰레기 

 

다행인 것은 최근 해변과 강변은 물론 산과 도시에서도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치클린, 플로깅, 줍깅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많은 단체와 개인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부지런히 쓰레기를 줍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해변에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즐기는 문화를 만드는 것.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배출하는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의미 없이 버려지는 쓰레기가 없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 쓰레기가 없는 바다를 만드는 데 무엇보다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제로웨이스트 문화에 동참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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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에서 시작하는 제로 웨이스트 문화 

김용규 오션카인드 대표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일하며 바닷속 세상을 만났다. 소리 없이 고통받고 있는 바다와 그곳에 살고 있는 해양 동물을 지키기 위해 아내와 함께 바다를 보호하는 일을 시작했다. 해초가 무성한 바다숲에서 시간을 보내며 물고기들과 말 없는 대화를 나누기를 좋아한다. 바다를 지키는 일이 지구를 지키고 우리 모두를 지키는 일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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