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문화도시를 위한 다채로운 사례들을 연재합니다

산책하고, 수다 떨고, 보물 찾듯이 기록하라.

최대혁 OO은대학연구소 대표

본문

887d00a25fde0bfb14000df7c92b8b76_1638346202_1616.jpeg
▲ 최대혁(루타) OO은대학연구소 대표 


기록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핸드폰 덕에 실시간으로 인구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고, 신용카드 기록으로 어떤 상권이든 매출 추이를 분석할 수도 있다. 도로 위 센서는 국가교통DB’를 통해 동 단위로 시간대별, 일별, 월별 교통량 흐름을 보여준다. 이런 빅데이터들은 자동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24시간 쌓여나가면서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해주고 있다.

 

도시의 과거도 차곡차곡 쌓여가는 중이다. ‘국가기록원사이트에 들어가 부산 영도를 치면 1907년부터 지금까지 영도 관련한 정부 문서를 볼 수 있다. ‘국토정보플랫폼사이트에 들어가면 항공사진을 열람할 수 있어, 1950년부터 2017년까지 영도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볼 수 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들어가면 1920823일 동아일보 기사부터 지금까지 부산 영도에서 벌어진 일들을 훑어볼 수 있다.


887d00a25fde0bfb14000df7c92b8b76_1638346237_9958.png
▲ 국가정보플랫폼_지역의 시간별 인구이동량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나 대형 포털만 기록하고 있는 건 아니다. 개인 미디어에 기록되는 일상은 또 얼마나 많은지? 소셜 미디어에 들어가 ‘#부산 영도를 치면 영도의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를 가늠할 수 있고, 지역의 이슈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일상의 기록은 점점 더 촘촘해지는 중이다. 마치 보르헤스의 소설에 나오는 11 축적의 지도처럼 디지털 공간에 우리 일상이 고스란히 모사되는 날도 그다지 먼 것 같지 않다.

 

가히 기록의 홍수라 할 만하다. 누군가 과거의 기록은 미래라는 암호를 푸는 열쇠라고 했다는데, 이렇게 데이터가 쌓여가면, 우리는 미래를 통찰하는 지혜에 이를 수 있을까? 기대도 갖게 되지만, 아쉽게도 낙관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세운상가 위에 올라가서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 1118일 오세훈 서울시 시장이 한 말이다. 눈물의 사연은 이렇다. 오 시장이 10년 전 세운상가 건물군과 일대 공장 지대를 허물고 재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그의 퇴임 이후 계획이 무효화 되고 도시재생으로 선회하였다.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다시·세운 프로젝트. 오 시장은 다시·세운 프로젝트로 인해 남아 있는 건물을 보며, 자신의 계획을 다시 실행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는 얘기다.


887d00a25fde0bfb14000df7c92b8b76_1638346295_8899.JPG
▲ 청계천-을지로 공장 단지 

 

7년간 몸담아 온 프로젝트라고 마냥 편들려는 게 아니다. ‘다시·세운 프로젝트도 여러 한계를 드러냈다. 행정이 주도한 계획은 주민들의 삶에 천착하지 못했고, 주민 참여는 사업 추진에 필요한 알리바이로만 기능했다. 2013년부터 시작한 우리 도시재생 전반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오 시장이 무엇에 공감해 눈물을 흘렸을지 곱씹어 보면 헛헛한 마음이 든다.

 

그가 밀어버리지 못해 한탄한 을지로·청계천의 건물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8천여 개의 공장(2017년 기준 8,562)이니 그만큼의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일터로 일궈온 곳이다. 이곳을 밀어버린다는 건 이들의 삶터를 밀어버린다는 얘기다. 정책 책임자가 쇠락한 건물 때문에 눈물을 흘리며, 정작 쫓겨나는 이들의 눈물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건 왜일까?

 

우선 기록의 편향도 한몫한다. 2018년 이곳의 재개발이 문제가 되기까지, 이곳 산업의 가치를 진지하게 들여다본 조사가 거의 없었다. 그해 도시재생센터와 몇몇 활동가들에 의해 전수 조사가 처음으로 실시됐을 뿐이다. 해방 이후 수십 년 동안 산업의 뿌리 역할을 해 온 기술인이지만 이들에 대한 기록도 이제야 시작되었다. 그뿐인가? 그동안 숱한 재개발이 이뤄졌어도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통계도 없다. (대략 20%라고 하는데, 추정컨대 대부분 임대인일 것이다.)

 

그러나 기록의 부족은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에 가깝다. 자료를 생산하는 이들의 관심에 따른, 그리고 정책과 도시 계획을 세우는 이들의 가치관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도시재생이나 문화도시에서 이야기하는 기록은 이 편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공식적인 기록에서 배제되거나 가치가 간과되어온 것들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무거운 질문이지만 너무 경직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골목을 느리게 산책하는 행위일 수도 있고, 주민과의 잡담이거나, 잡동사니에 대한 관심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실뿌리 하나 소중하게 여기는 심마니 같은 애정 어린 태도의 문제일 수도 있다. 다음 시간엔 그렇게 도시를 산보하듯, 수다 떨듯, 보물 찾듯 도시를 기록하는 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들은 도시의 무엇을 왜,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지 만나보자.


887d00a25fde0bfb14000df7c92b8b76_1638346408_0129.jpeg
 
▲ 땡땡은 대학이 진행한 프로그램 참여자가 골목을 기록하기 위해 걷고있다.

최대혁 OO은대학연구소 대표

Ruta
OO은대학연구소 대표 | 세운협업지원센터 공동센터장
도시재생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도시재생이 되었든 마을만들기가 되었든 문화도시가 되었든 첫 단추는 ‘마음 만들기’라는 생각이 부쩍 듭니다.

주소.부산광역시 영도구 대평로 27번길 8-8, 2층 영도문화도시센터 전화.051-418-1863 팩스.051-418-1864
메일.ydartcity@daum.net
Copyright © 다리너머영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