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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를 위한 다채로운 사례들을 연재합니다

메타버스에서 사계절 벚꽃장을 꿈꾸다

진한 ㈜진한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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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고 자랐으며 문화기획 활동의 근거지인 진해는 우리나라 최대의 벚꽃 축제인 군항제가 개최되는 곳이다. 벚꽃이 핀 봄날의 10일 동안에는 수백만의 사람과 꽃이 한데 어울려 난리 벚꽃장이 되지만 그 외의 355일의 진해는 고요하고 평온하다. 조용하고 평온하지만 또 다르게 보면 심심하고 침체된 이 지역 사람들을 위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주민들과 합심해서 기획한 <사계절 벚꽃장>.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주민들이 교류하고 연결될 수 있는 문화예술시장을 기획했지만 <사계절 벚꽃장>은 시작할 때부터 펜데믹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그 순간, 우리는 고민과 선택을 해야 했다.

펜데믹이 사라질 때까지 조용히 몸을 낮추어 기다릴지? 아니면 새로운 시도를 하며 방법을 찾아야 할지? 결국, 2020년에는 프로그램과 성과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과정에 집중했다. 펜데믹 이후를 도모하고 준비했지만 2021년까지도 펜데믹 종식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더욱더 거세게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우리는 다음 고민으로 넘어가야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펜데믹과의 대치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여좌동은 인근 지역에서도 가장 고령화가 심화된 지역으로 기존에 행해오던 비대면 방식을 유지하면 고령층은 물론 청년, 청소년층의 참여도 확답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고 새로운 접촉 방식을 찾아야만 했다. 그때, 지속적으로 협업을 하며 도움을 받고 있는 부산의 한 청년이 당시 새로운 흐름인 메타버스를 제안했다. 사실, 나는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지나치고 싶었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문화기획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록 소수일지라도 분명 존재하는 청소년, 청년 등 젊은 층을 위한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 지역의 소도시라고 해서 뒤처져서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앞서 시도해보자는 결심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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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해 지역에서 메타버스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청년들의 연구모임 

 

하지만 어려운 결심 이후에도 지역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기획은 막막하기만 했다. 메타버스와 싸이월드의 차이점은 무엇인지부터 공부해야 했고 주민들이 삶 속에서 메타버스와 문화예술을 느끼려면 어떤 방식으로 실행해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그때 우리의 시도를 항상 응원하고 지지해주시던 한 선생님께서 메타버스와 로컬택트를 결합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용어나 정의, 방식들의 명확한 정리가 안 되었는데, 선생님의 도움으로 정리를 했고 메타버스에서 <사계절 벚꽃장>을 운영하는 <e사계절 벚꽃장>을 개최하기로 했다.

 

먼저, 진해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진해역을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 내에 맵핑했고 현실에서 메타버스 세계로의 여행을 접속하는 플랫폼이자 장치로 만들었다. 진해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장소인 진해역을 가상 세계에 구현함으로써 멀게만 느껴지는 개념인 메타버스에 조금이나마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했으며 현실에서는 폐역이 된 진해역을 가상 세계에서는 문화예술 플랫폼이 되는 상상을 구현하여 생경한 경험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신기하고 즐거운 시도가 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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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더타운 내에 맵핑한 진해역 광장 

 

처음 하는 시도였기에 욕심내지 말고 가능한 것들을 하며 공급자와 수요자의 입장에서의 경험을 정리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게더타운 내에 구현한 진해역 맵에 지역 공방, 예술인, 주민들의 삶 등의 콘텐츠를 채우고 <e사계절 벚꽃장> 당일 블라썸커뮤니티센터에 운영본부와 여행자 안내소를 설치하여 주민들이 메타버스에 쉽게 접속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접속방법부터, 아바타 생성, 기본적인 조작법 등을 안내했고 메타버스로의 여행을 가이드했다. 이렇듯 메타버스를 비롯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참여자 간 정보나 기술의 격차로 생기는 불공평함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방식에 비해 훨씬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준비해야 하며 때로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메타버스에 접속까지 하면서 문화예술로의 만남을 이어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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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이 지역 주민들 대상으로 비대면 어플 사용 방법 교육 중

 

<e사계절 벚꽃장>에 참여했던 한 주민이 피드백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우리 마을에 예쁜 공방이 많아서 들어가 보고 싶은데, 뭐 하나라도 사야 하거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할 것 같아서 부담되어서 못 들어갔어요. 이번에 메타버스에서 편하게 돌아다니며 공방 하나하나 자세히 볼 수 있어서 무얼 하는 곳인지 알게 됐어요. 예쁜 꽃집인 줄 알았던 곳은 라탄공방이더라고요. 이제는 가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는 한군데씩 진짜 가볼 거예요.” 메타버스 세계에서 탐색하며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삶 속에서도 이어가는 이것이 내가 그리고 우리가 바라던 메타버스로 로컬택트하는 거라 생각했다.

 

메타버스는 영화처럼 세상을 바꿔버릴 강력한 힘이 있을 수도 있고 잠시 반짝했다가 사라질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과 방법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적합한 만남의 방법들을 지속적으로 찾고 시도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에 문화 활동을 하는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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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한 ㈜진한컴퍼니 대표

진한 ㈜진한컴퍼니 대표

문화기획자
사람에 대한 진한 애정, 문화예술에 대한 진한 감성, 지역에 대한 진한 관심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사람을 남기는 문화기획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성과보다는 사람이 남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남는, 기획자의 욕망보다는 사람들의 욕구가 남는 기획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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