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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를 위한 다채로운 사례들을 연재합니다

2021 변방의 항해자들, 독립워커의 이야기

권순국 뽈레뽈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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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뽈레뽈레 대표 권순국입니다

뽈레뽈레는 브라질 타악 문화를 중심으로 교육, 창작,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2021변방의 항해자들에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처음 섭외 연락을 받고 변방의 항해자들에 존재했던 키워드들과 제가 고민하던 것들이 겹치기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습니다. 그 키워드를 가지고 개인적으로 고민했던 것들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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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방의 항해자들 중 출항 세레모니 워크숍 ⓒ
훌라HOOLA


#변방

저는 10대부터 타악을 취미로 해왔고 20대에 브라질 타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를 전공하였는데 이 두 개를 혼합시켜 문화예술 기반으로 공동체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2014년 뽈레뽈레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다소 무모하게 시작했어요. 악기, 공간, , 등 가진 자원이 거의 없었거든요. 어려웠지만 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물리적 어려움은 조금씩 해결해 나갈 수 있었어요. 근데 그때쯤 내적 갈등이 시작되더군요. 주변 뮤지션, 예술가들은 공고한 자신의 세계관에서 멋지게 작업을 풀어내 가는 것 같았거든요. ‘나는 예술가인가? 관종인가?’ ‘난 왜 굳이 이걸 하고 있는 걸까?’ 등의 고민이 생겨났어요. 또 예술 비전공에 감각이나 재능이 뛰어나지도 않다는 콤플렉스가 작동하여 자존감도 떨어졌지요. 마치 예술계 변방을 부유하는 듣보잡 떠돌이 같았어요. 긴 침체기를 겪고 예술이 뭐지?’ 라는 질문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어요. 관련된 책들을 읽고 동료와 고민을 나누니 무엇인가 보이는 것 같지요. 최종적으로는 그래! 내가 하는 예술은 사람들과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그 과정 자체야!’ 라며 타인들과 비교하지 않고도 스스로의 작업을 긍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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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브라질, 다양한 혼란과 고민들이 생겨나던 시기(좌), 뽈레뽈레 커뮤니티 네트워크 파티(우) 

 

#콜렉티브

작업의 방향성이 잡힌 후 멤버들을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어요. 공연단이라기보다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싶었기에 기술이 뛰어나기보다는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알아가고 합류를 권하는 방식으로 천천히 핵심 멤버를 구축해갔습니다. 멤버가 하나둘 늘면서 소통에 대한 어려움을 겪었어요. 소통에 대한 책을 공통으로 스터디를 하거나 워크숍을 듣기도 하고, 공동체 선배들의 조언을 구하러 다니기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혼란을 느꼈어요. 공동체와 소통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그것에 매몰되어 오히려 관계가 어려워지는 아이러니를 느꼈거든요


이런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프랑스에서 ‘Ici-Même’이라는 예술그룹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들은 자신들의 운영방식을 콜렉티브라고 불렀어요. 그들의 콜렉티브에서는 멤버가 그룹에 흡수되지 않고 그 자체로 존재하여 그룹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자신의 주 작업을 재발견하고 확장하게 되지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장한 멤버는 다시 그룹에 영향을 끼쳐 궁극적으로는 개인과 그룹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해가는 선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었어요. 마치 뽈레뽈레가 가려는 방향 그리고 운영하는 방식을 먼저 하고 있는 선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귀국 후 열심히 멤버들과 이 개념을 나누며 콜렉티브로 나아가고자 노력했어요. 공동체, 커뮤니티가 일방적으로 개인을 기존 공동체의 성격으로 변화시킨다면 콜렉티브는 예술가 그대로 존재하기도 하고 그룹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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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프랑스 Ici-Même와의 워크숍 중 

 

#독립워커

타악을 매개로 만났지만 멤버들 모두가 공동체, 콜렉티브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기를 바랐어요. 하지만 개개인의 삶의 방식과 욕구, 방향성을 모두 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애초에 불가능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제 뽈레뽈레는 변화를 마주하려 합니다. 개인의 욕구를 자유롭게 풀어내면서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억지로 같이하지 않을 수 있고, 그럼에도 약속한 것은 책임질 수 있는. 느슨하면서도 탄탄한 체계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어요. 내부적으로는 놀 땐 놀고 일할 때는 일하는 놀일터라고 정의하기로 했어요. 우리가 함께하는 것은 기쁜 것이지만 원론적으로는 멤버 한명 한명이 독립되어 홀로 서 있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자유로울 수 있으며 더 멀리 함께 갈 수 있으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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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순국 뽈레뽈레 대표 

권순국 뽈레뽈레 대표

기획, 예술, 경영을 모르는데 문화예술공동체를 꿈꾸며 뽈레뽈레를 창단했다.
북 치는 것을 좋아하고 노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기쁘게 살아가려 노력 중이다.

주소.부산광역시 영도구 대평로 27번길 8-8, 2층 영도문화도시센터 전화.051-418-1863 팩스.051-418-1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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