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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를 위한 다채로운 사례들을 연재합니다

문화관광 도시, 예술로 채운다

주환명 동아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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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환명 동아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조교수 


오랜만에 영도다리를 걸어서 건넌다. 구름 걸린 봉래산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어디선가 서늘한 바닷바람이 달려와 얼굴을 비빈다. 어릴 적 다리를 건너며 마주쳤던 그 바람은 아닐 테지만, 그래도 싱싱한 짠 내와 피부로 느끼는 부드러움은 같은 것이다.

갑자기 문화라는 것이 바로 바람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가면 방향도 세기도 바뀌지만, 본성은 변하지 않는 것. 땀 흘리는 사람들에겐 서늘한 휴식이며, 분기(憤氣)로 뜨거운 사람들에겐 차분한 사색의 안정제이며, 바람 속에서 숨 쉬며 살듯 누구나 그 속에 살고 있고, 그것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것.

영도구는 문화를 통해 융성해지려고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문화를 통해 영도 사람들의 삶에 긍정의 에너지를 공급하며 정신적 성숙을 달성하고, 나아가 경제적인 안정까지도 이루어 내겠다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문화를 통해 경제적인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문화의 논리뿐만 아니라 경제의 논리를 이해하고 따라야만 가능하다. 문화를 경제활동으로 만드는 직접적인 방법은 두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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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여울 문화마을 

 

하나는 문화 자체를 거래 가능한 콘텐츠로 재구성하고 산업화하는 것이다. 둘째는 그 문화 콘텐츠의 소비층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그 소비층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법은 주로 문화를 관광과 결합해서 관광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즉 문화관광을 촉진하는 것이다.

문화를 관광과 결합하는 일, 즉 관광자원화 하는 일은 매우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먼저 해야 할 일은, 영도가 현재 가지고 있는 문화 자원들이 관광객들의 마음이 이끌리게 할 만한 매력을 가졌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관광객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문화 자원을 발굴하고 선택하여 관광객들이 소비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일이다.

영도의 문화를 둘러보면, 전 세계의 사람들을 불러들일 만한 문화 자원은 없는 것 같다. 영도의 역사문화 자원은 동삼동 패총 외에는 시각적으로 정리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생활문화와 관련하여서도 영도 사람들의 의복, 음식, 주거시설, 시장, 교통기관 등, 특별하거나 고유한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솔직히 깡깡이 마을은 관광자원이기는 하지만 박제화된 느낌이며, 흰여울 문화마을 역시 바닷가 벼랑 위에 있다는 것 말고는 특색이 없고 방문하기에 불편한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예술 활동과 관련된 문화 자원도 빈약한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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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삼동 패총전시관


우리는 이 불리한 현실을 딛고 영도를 새롭고 풍성한 문화도시로 만들어 가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라는 말이 포괄하는 드넓은 분야에서 방황하지 말고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향을 정하여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필자에게 생각을 묻는다면, 여러 가지 문화 자원 중에서 예술문화의 개발과 육성에 집중하는 것이 관광객을 불러들이는데 가장 효과적이리라는 것이다. 현재는 내세울 만한 예술 자원들이 거의 없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해서 투자하여 관광자원으로 만들어 간다면,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결과를 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예술 관련 문화 자원들이 밀집된 도시들이 많이 있다. 파리, 런던, 뉴욕, 베를린, 동경. . . 이들 도시는 대부분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들이며 수많은 갤러리와 미술관, 그리고 실내와 실외의 공연장을 보유하고 있고 연중 예술가들의 전시와 공연이 열린다. 영도는 이런 대도시들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할 수 없다. 구겐하임이나 테이트모던 같은 미술관을 영도에 유치할 수 없고, 카네기홀과 같은 대규모 공연시설을 건립할 수도 없고 운영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런 기념비적 시설과 역사적인 전시나 공연들만 관광객들의 마음을 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작은 마을이라도 예술의 향기가 넘치는 곳이 많이 있고 그런 곳에는 반드시 관광객들로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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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리조나 투박(Tubac) 


영도라는 그릇에 예술 활동을 담아 관광객들에게 내놓기 위해 참고할 만한 작은 고장을 소개하라면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미국 애리조나주 산타크루즈 카운티의 투박(Tubac)이라는 마을이다. 투박은 인구 1,200명 정도 되는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많은 미술가가 정착해서 사는 곳이며 총 100개가 넘는 갤러리, 수공예품 부티크, 도자기 공방, 보석가게, 선물 가게 등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또 이 시골 마을에는 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미술축제가 매년 열리고 있어서 문화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이곳에는 훌륭한 레스토랑도 있고 골프 리조트를 비롯한 다양한 스포츠와 체험활동 거리가 있어서 일 년 내내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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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리조나 투박(Tubac)  


유럽에도 영도가 참고로 할 수 있는 도시나 마을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 음악 도시로는 모차르트의 고향이며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된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미술 분야의 도시를 들자면 프랑스와 독일에 인접한 바젤을 꼽을 수 있다. 이곳은 스위스 제약 산업의 허브 역할을 하는 도시이지만, 예술 활동으로도 이름난 곳이다. 라인강변에 자리 잡은 바젤에는 세계적 수준의 쿤스트뮤제움, 팅궬리 뮤제움 등 40개에 달하는 미술관이 있어서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특히 여름에 열리는 현대미술 축제인 아트바젤은 바젤을 세계적인 예술도시로 인식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으며, 국제적인 관광 목적지가 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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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 외경  

 

예로 들어본 문화 예술 도시들과 영도를 비교해 보면 영도가 가야 할 길이 아주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거리는 분명히 영도 사람들의 합심과 노력으로 단축될 수 있는 것이다. 큰 목표를 세우고 진심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자.

 

주환명 동아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조교수

관광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궁핍한 이웃을 구할 수는 있다고 외치고 다니며, 관광 비즈니스 전도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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