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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를 위한 다채로운 사례들을 연재합니다

사회적 재난과 공동체와 생활문화

김혜정 반송 희망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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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정 대표님


19957월 시카고. 폭염으로 일주일 동안 700여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망자의 지형도는 인종차별 및 불평등의 지형도와 대부분 일치했다. 가장 높은 사망률을 나타낸 지역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사는, 빈곤과 폭력 범죄가 집중되어있는 곳이었다. 사망자들은 대부분 독거이고 가난하고 흑인이고 노인, 그중에서도 남자 노인들이었다. 비슷한 인구지형을 가진 인근지역은 폭염 사망자가 거의 없었다. 똑같이 일어난 자연재해에 인접한 지역 간 사망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폭염 사망이 거의 없었던 지역은 상점과 공공시설이 살아있었고 친구와 이웃 사이를 연결해주는 공동체조직이 있었다. 주민들은 이웃과 알고 있었고 반상회와 교회 활동에 참여했다. 그곳의 주민들은 폭염 기간에 누가 혼자 살고, 누가 나이 들었고 누가 아픈지 알았다. 그들은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고 다른 집 문을 두드려보도록 서로 격려했다. 폭염이 특별한 사건이어서가 아니라 날씨가 심상치 않으면 늘 하던 일이었다.

-중략-

- 에릭 클라이넨버그 폭염사회중에서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 정부들은 기후 관련 참사에 맞서 사람과 기업, 중요한 기간시설을 보호하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공동체의 회복 탄력성을 촉진하는 것을 재난 상황의 새로운 대안으로 생각하고 좋은 사회적 네트워크와 연결망을 통해 재난에 대처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왔다. 위 사례에서 보듯 재난 시기 생존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공동체이다.

 

2020년과 2021년 우리 삶을 관통하는 주제는 단연코 코로나이다.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코로나는 단 2년 만에 우리가 그동안 쌓아왔던 많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요구했다. 만나지 못하고 이어지지 못하고 머물러야 했다. 동네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코로나보다 고립감이 더 무섭다, 외로워서 못 살겠다, 하루가 우찌 이리 기노? 이렇게 살다가 죽어도 아무도 몰라주면 어떡하냐는 두려움을 이야기했다. 단절과 고립 속에 살고 있을 동네 사람들이 걱정되었다. 경로당에서 하루를 보내던 어르신들은? 복지관에 가야 한 끼를 해결하고 나의 생존을 확인할 수 있었던 많은 이웃들은? 돌봄 중단으로 장애가 있는 아이를 돌봐야해서 회사를 그만둔 이웃의 어머니는? 우리가 만나서 인사 나누고 함께 마을을 이루어 왔던 많은 이웃들은 안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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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 음악회 ©희망세상 

 

모든 것을 멈추라고 했지만 20년 동안 지역공동체 활동을 해온 희망세상에서는 함께 살아가던 사람들의 안부 묻는 일을, 동네 아이들 챙기는 일을, 확진자 가족에게 동네 사람들의 염려와 사랑을 전하는 일은 멈출 수가 없었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말을 걸고 사람들을 연결했다. 동네 단위의 재난 대응센터를 만들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전하고 외로운 이웃들에게는 우울증 꾸러미, 간식 꾸러미를 만들어 전달하고 혼자 계시는 분들에게는 매일매일 전화로 안부를 물었다. 비대면을 통한 다양한 활동도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서로 만나고 싶어 하고 손 맞잡고 싶어 했다. 어떻게 동네 사람들의 고립감을 달래고 서로 손잡고 함께 눈인사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두려웠지만 사람들을 생각하니 우리만의 방법이 나왔다. 일명 공원 음악회. 공원에 돗자리를 듬성듬성 깔고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고 아이들은 악기를 연주했다. 공원에 울리는 노래 한 자락이, 시 한 편이 아이들의 연주가, 이렇게 위안이 될 줄이야... 그렇게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모두의 눈빛에는 안도감이 흘렀고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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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 음악회 ©희망세상


위드 코로나 시대. 많은 사람이 앞으로의 대안을 로컬텍트에서 찾고 있다. 장거리 이동을 근거리 이동으로 전환하고 여러 명이 모이는 것을 분산해서 소규모로 만나고 익명의 위험을 벗어나 신뢰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로 일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적절한 거리두기와 대면적 일상의 영위가 가능한 신뢰 기반의 로컬 관계망이 생활방역이자 생활 안정망이다. 감염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대, 앞으로의 화두는 마을연결이 될 것이다.

 

코로나로 지친 외롭고 힘든 사람들을 마을에서 무엇으로 연결해 줄 것인가?

많은 서비스가 마을 단위로 이루어져야 하고 사람들은 마을에서 서로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공공재들이 지역단위, 동네 단위로 편성되어 더 밀접하게 주민들을 만나고 주민들 삶으로 들어가야 한다. 문화예술도 특정한 장소, 대규모의 청중들을 위한 것에서 벗어나 소규모로 자주, 동네로, 사람들의 일상으로 들어와서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노래로 춤으로 시로 문학으로 사람들을 다시 이어주어야 할 것이다. 마을의 작은 공원, 버스 정류소, 어르신들이 있는 경로당에서, 골목에서, 놀이터에서, 마을 도서관에서, 학교에서, 놀이터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곳에서 문화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위로하고 그 힘으로 사람들을 연결해야 할 것이다. 거기서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면 찾아가고 만나서 사람들을 공동체로 이어주어야 할 것이다.

마땅히 그래야 하고 그렇게 할 때 문화예술의 새로운 장르가 개척되리라 생각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때 다양한 문화예술이 우리의 삶을 이웃과 연결해주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주는 촉매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혜정 반송 희망세상 대표

놀고 먹는게 꿈인데...철들면서 시작한 지역활동을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젊었을때에는 여행칼럼리스트가 되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곳을 가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사람들의 삶을 쓰고 싶었습니다. 언제가는 이루어지리는 믿음으로 오늘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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