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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를 위한 다채로운 사례들을 연재합니다

일상의 소란스러움

김혜정 반송 희망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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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정 대표


그리운 일상이 소란스러움

 

우리 도서관은 늘 소란스러운 곳이다. 아니, 곳이었다.

오전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이들이 책을 보러 오고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책을 읽고 수다를 나누고 소모임을 하면서 이야기를 만든다. 잠깐 졸린 한낮을 지나고 나면 동네 청소년들이 물 마시러 오고 화장실 들렀다 가고 학원 가기 전 뒹굴뒹굴하면서 잠시 쉬어 간다. 저녁이 되면 월화수목금금금 마을 일에 대해, 세상일에 대해, 사람들의 삶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회의들을 이어가는 곳. 자정이 넘도록 무언가를 도모하는 청년들의 자기들만의 공간, 누군가에게는 쉼터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사람들을 만나는 곳, 누군가에게는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곳,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모색을 꿈꾸게 하는 곳, 그렇게 사람과 사람, 이야기와 이야기를 이어주는 곳이었다.

 

코로나가 없던 시절 이 많은 이야기 중 가장 인기 있는 이야기는 생활문화프로그램이었다. 너무 많은 토론과 실천으로 지친 우리는 회의하지 않기, 토론하지 않기, 강요하지 않기를 모토로 일상에 스며드는 문화예술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갔다. 저녁이 되면 도서관 지하에서는 청소년들이 동네 아재들과 서투른 솜씨로 베이스 기타를, 드럼을 연주했고 도서관 2층에서는 40~70대 어머니들이 우쿨렐레를 배웠다. 3층에서는 연극부가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연극을 준비 중이고 4층에서는 단정하지는 않지만 하나로 모여가는 합창단의 노랫소리가 마을로 스며들었다. 도서관은 사람들의 설렘과 다양한 이야기들과 노랫소리와 발걸음으로 소란스러웠다. 그 소란 속에서 우리는 함께 이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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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송 희망세상 느티나무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생활문화프로그램

 

우쿨렐레를 함께 하던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 출동한 우쿨렐레 동아리 회원들의 흥겨운 연주로 잔치가 더욱 빛났고 연주보다 함께 한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를 감동하게 했다.

아들은 어머니의 삶이 외롭지 않음을 실감하고, 동네에서 세대를 초월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고 자부심을 가지며, 어머니의 삶에 경의를 표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젬베를 통해 무대의 주인공이 되었고 부모님들은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아이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합창단은 자신들이 배운 노래로 동네 경로당에 찾아다니면서 문화 나눔을 실천했다. 스스로 정했던 회의하지 않기, 토론하지 않기, 강요하지 않기를 이웃과 연결되면서 스스로 무너뜨렸다. 밴드를 통해, 우쿨렐레를 통해, 연극을 하면서, 합창을 하면서,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악기를 배우고 기술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문화예술은 가장 쉽고 가장 편하게 그리고 너무나 빨리 우리 삶에 스며들었다. 우리가 그토록 만들고 싶어 했던 공동체가 어느 날 스르륵 우리에게 스며 들었던 것이다.

 

이런 소란스러움이 코로나로 인해 많이 달라졌다. 보고 싶다는 인사도, 일상의 안부 전화도, 잠시만 기다려보자는 채팅방의 수많은 글도, IT와 결합한 다양한 비대면 방식의 활동들도 위안이 되지 않고 우리가 많은 날과 시간을 보태어 만들어 놓은 가치들이 무너져 갈 때 우리는 다시 소란스러워지기로 하고 소란스러운 일상을 시도하고 있다.

이제 다시 무엇인가를 하기에는 어중간한 나이,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내가 서 있는 위치를 돌아보고 한 세대가 가고 있음을 서글프게 바라보는 나이 5060. 이들이 일상의 소란스러움으로 자신의 삶도 소란스럽게 만들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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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송 희망세상 느티나무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생활문화프로그램 

 

5060 되찾기 프로젝트 나 여기 있소’!

 

바쁘게 살아오느라 내 몸을 돌보지 못하고 내 몸에 내 마음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했는데 발레를 통해 내 몸을 사랑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두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나를 규정하는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 몸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난생처음 발레 슈즈를 신어보면서 아름답게 늙어가는 나를, 나의 몸과 마음을, 함께 하는 이웃을, 좀 더 따뜻한 눈으로 보게 되었다. 어디에도 낄 수 없는 아재들은 슬기로운 아재 생활을 시작했다.

차마 꿈도 꾸지 않았던 아로마라는 것을 통해 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일상에 지친 나를 위해 나만의 아로마 향수를 만들고, 타로를 보면서 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제는 나에게 주는 꽃꽂이를 할 것이다. 내가 소처럼 일만 했다는 회한을 뒤로하고 앞으로의 인생 3모작을 꿈꾸어 본다. 이런 일들이 가능한 마을공동체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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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송 희망세상 느티나무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생활문화프로그램 

 

세상이 점점 각박해진다는 것은 이미 옛날이야기이고 거기에 더해 코로나는 사람들에게 각자도생하라고 한다. 끊임없이 만나지 말라고 하고, 이어지지 말라고 한다.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해지고 타인을 믿지 못하게 만든다. 낯선 이들을 경계하고 오로지 나와 가족만을 바라보라고 한다. 서로를 두려워하게 만들고 공적 활동은 위험하니 안전한 공간에 틀어박혀 살라고, 전자 장비를 통해 소통하라고 한다. 서로에게가 아닌 대중매체에서 정보를 얻으라고 열심히 부추긴다. 그러나 재난 속에서는 사람들이 함께 모인다. 사회가 무너지는 것은 바이러스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울증, 실업, 고립감 등에서 무너지기도 한다. 공동체를 통해 이것을 돕고 막아야 한다. 사람들은 모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다. 비대면이 아니라 얼굴을 보면서 다시 일상을 소란스럽게 만들어 가야 한다.

비대면에 익숙해질 미래 세대에게 그럼에도 타자를 위한 존재로서 공동체의 중요성과 의미를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 문화가 그 고리가 되기를 바라본다.


김혜정 반송 희망세상 대표

놀고 먹는게 꿈인데...철들면서 시작한 지역활동을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젊었을때에는 여행칼럼리스트가 되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곳을 가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사람들의 삶을 쓰고 싶었습니다. 언제가는 이루어지리는 믿음으로 오늘도 살아갑니다.
#반송#사람#여행#새로운만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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