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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를 위한 다채로운 사례들을 연재합니다

다사리다난 多事里多難

김월식 무늬만 커뮤니티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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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월식 무늬만 커뮤니티 디렉터 

다사리다난 多事里多難


200여 명의 청년이 모여서 육여 년을 함께 놀았다. 사람이 모이니 말에 훈수를 두고 아는 체하고 가르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의심이 많아 다른 이의 말과 생각을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지켜보는 이도 하나둘 정체를 드러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말과 행동의 기세로 선동을 일삼고 편을 가르고, 타인의 말에 제 생각을 보태 또 다른 타인에게 옮기면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변질시키는 자들이다. 말이 돌아 몇 사람을 거치고 나면, 발원지가 누구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모를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은 웃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스스로 다짐도 하게 되었다. 소문과 같은 사건들이 바람처럼 휘몰아치다 사라지고, 누구는 그 소문을 믿고 감동하여, 그 소문처럼 살기를 작정하여 삶의 태도를 가다듬었으니 성찰과 수행의 길로 들어섰으며, 누구는 그 소문을 비웃으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그래서 처절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삶을 향해 돌진하는 삶을 선택했다


혹자는 그들이 모였던 곳의 명칭을 다사리라 하면서 다 살리는, 다 말하는 곳이라 하기도 하고 혹자는 그곳을 다양한 일이 발생하고, 충돌하고, 교합하고, 소멸하는 다사리多事里라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분명한 것 중 하나는 그곳이 어떤 다사리였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곳의 다난多難만큼은 확증적이며 리얼한 소문을 넘어서 회자되는 신뢰감과 신비감을 동시에 감지하게 하였으니, 어려움이 신화를 만드는 그 속성에 그곳의 그때 그 사건들이 존재한다. 처음에 사람들은 그것을 다사리다난多事里多難으로 불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라임이 맞추어지며 자연스럽게 다사다난’(多事多難 - 여러 가지 일로 어려움이 많음)이라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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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일로 어려움이 많음

 

세상사 뭐 손쉽게 되는 일이 하나라도 있을까만 배움과 사귐의 자리가 특히 더하다. 학교는 가르치고 배우고 동료를 사귀는 곳이니 어려움이란 늘 존재하기 마련, 우리는 다사리 학교에서 타자의 지식과 경험을 관찰하고 의심하며, 완전한 동의와 배움에 거리를 두고 그사이에 끊임없이 자신의 경험과 끌림의 텐션을 조절하면서 그것에 견주어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자기를 마주하는 것으로 배움을 채워가는 낯선 경험으로 내몰린다


그런데 아마도 이 방식은 요즘 교육 담론에서 자주 회자되는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에 나오는 보편적 가르침을 나름 선진적으로 표절한 학습방식이다. 하지만 그리 진보적이지도 획기적이지도, 그리 윤리적이지도 않은 이 표절과 답습은 그의 인용처럼 뿌리내리지도 못하게 하면서 사라지지도 못하게 하는어정쩡한 깨달음을 준다. 무슨 무지에서 오는 용기였는지, 효용성이 떨어지고 기능적으로 아쉬운 이 학습방식은 나름 육여 년 동안 다사리가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무심한 척 쿨하게 취해왔던 제스추어였고, 사실 투자 대비 개량화 된 성과를 요구하는 자들에게 문화 기획의 특수성에 최적화된 교수법임을 재차 강조해 왔던 주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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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한 스승> 자크 랑시에르 저, 궁리 출판


의 과정에서 스스로 터득했던 수많은 경험으로, 자신의 직관적 선택을 믿고 삶을 문화적 예술적 경지와 동일시하는 가능성의 통로를 헤매다 수많은 기회비용을 지불하고서야 비로소 얻은 온전한 성찰을 적지 않은 우리의 성과라고 뻔뻔하게 혹은 불편하게 이야기하는 동안 수년이 지나갔고, 어느 사이 여섯 번째 수료생들을 다사리에서 떠나보냈다. 따지고 보면 뭐 하나 손쉽지 않았던 우리의 의 과정들은 위와 같은 의미에서 가둘 수 없는 파장을 갖게 하면서 대부분 얇은 파장으로 소멸될 지도 모른다. 또한 대부분의 다사리 수료생들이 그랬듯이 말이다.

 

여기서 잠깐, 다사리를 앞에 두고, 다사리를 알기 전에 최초로 알아야 할 것들.

다사리에 소문처럼 흩날리던 행동 강령들

 

하나, 다사리는 동시대 문화와 예술의 다양하고 실험적이며, 때로는 불가해한 삶의 영역과 부조리한 언어들을 학습하고 사용하며, 번역하고 소통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이를 즐긴다. 동시대 문화와 예술의 리얼한 현장의 살아 있는 언어라는 것은 실상 대부분의 대중들에게는 처음 듣는 외국어처럼 생소하거나 낯선 외국어처럼 읽히거나 들릴 수 있다. 외국어를 배울 때의 용기를 갖는 것처럼 우리는 다사리를 마주할 때 두려움을 참아내고 용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용기를 갖춘 상상과 직관이 언어를 배우는 데 유리하고 그 시간도 빠르다.

 

하나, 다사리는, ‘문화와 예술 = = = 과정 = 실천 = 성찰 = 실수 = 실천 = 탐색 = 관찰이라는 병렬적 경로의 에 다가서는 더듬거림이다. 이 더듬거림은 다분히 개인의 관찰과 수행, 성찰에 대한 지극하게 다른 속도의 차이를 존중하는 공동체성과 사회적 개인(주체적 시민으로서의 예술적 삶)을 드러낸다.

 

하나, 다사리는 결국 기획적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삶의 다양한 사건과 사건 사이에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인과 관계의 안과 밖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행위와 같다. 이는 예술이라는 신을 추종하고 닮기를 기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신화神話 속의 환타지와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삶을 인식하고 체득하는 것이다.

 

하나, 단언컨대 다사리를 마주하기 전에 지금까지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 판단은 일단 잊어버려라. 다사리를 마주하고 나서는 탐색과 관찰의 과정에 개입하는 우연을 받아들이고 즐겨라. 다사리에서의 호기심과 무관심은 같은 무게의 중요함이다. 성실과 나태도 하나의 교집합이다. 거룩과 유치는 종이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있다. 기획과 설계는 낙서와 동일어이다.

 

하나, 다사리는 이유와 목적보다는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열어두기를 권한다. 우리는 다사리를 통해서 오랜 시간 기능과 효용성, 편리의 문으로 닫아 두었던 통로를 열기를 기대한다. 그 통로는 마음으로 드나들던 창의적 선택의 통로였기 때문에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의 통로였고, 때로는 고통과 반성으로 생각을 만드는 성장의 통로였다. 무엇보다도 사랑처럼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마음의 이유 없는 통로였기 때문에 드문드문 그 통로에서 마주하는 자신에게 수없이 질문을 던져야만 했던 통로였다.

 

이제 이 정도에서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다사리로 걸어 들어가자!

 

자랑도 반성도 회고도 없는 내러티브

 

삼십여 년을 문화와 예술 씬의 화려하고 황량한, 따듯하고 스산한, 격렬하고 지루한 광야를 시간으로 썰어 그 납작한 층층에 자랑과 반성을 새겨왔다. 회고를 쓰기에 아직 젊고 이력이 일천한 것이어서 부끄러움이 그대로 드러나도 쪽팔리거나 아쉬운지를 몰랐으니 그것도 복이라면 복이다. 그러다 어찌어찌 아픔과 병을 얻어 환자患者 씬의 신세계를 경험하니 문화와 예술이, 그것을 통한 삶이, 가르침과 배움이 새삼스럽고 남의 일 같기도 하다. 은 전체가 병이다. 모든 것은 모든 것 안에 있듯이 말이다. 이번 글은 이렇게 맺기로 하겠다.

김월식 무늬만 커뮤니티 디렉터

고도의 압축 성장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산업화 과정을 함께한 커뮤니티의 전체주의적 목적성을 경계하며, 발전과 성장의 동력이자 조력자로써의 개인의 가치에 주목하는 작업을 해왔다. 2010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서는 예술보다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삶에서 발생되는 의미들을 존중하며 이를 공유하고 나누는 프로젝트인 ‘무늬만 커뮤니티'를 진행하였고 그 외 2011 생활문화재생레지던시 ’인계시장프로젝트’, 2012 중증 장애인과의 협업극 ‘총체적난 극’, 2014 동시대 아시아 예술가들의 커뮤니티에 대한 연구 ’cafe in asia’와 2016 시흥시의 ‘모두를 위한 대안적 질문 A3레지던시’를 기획하였다. 2018년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 외 다수의 국내외 전시에 참여 하였다, 현재 무늬만 커뮤니티의 디렉터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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