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도

영도 사람들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거칠고 잔망스러운 나의 영도

한수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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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련 님 


영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며 주민으로서 바라보는 영도의 모습

요즘 핫 한 흰여울 길을 지날 때면 어린 시절, 멀끔한 바다밖에 보이지 않던 흰여울 길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다. 바로 그 위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며 그 옆길을 수없이 지나갔는데도 말이다. 이렇듯 유년 시절 영도는 내게 당연한 삶의 터전이었다. 눈을 뜨면서 매번 보았던 바다. 소풍 때마다 갔던 태종대와 봉래산. 대평동에서 조선업 관련 일을 하시던 아빠. 친구들과 남포동 놀러 갈 때마다 설레며 건넸던 영도다리 위. 이렇게 유년 시절 영도는 나에게 큰 랜드 마크 사진이 되어 어렴풋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스무 살 무렵 영도에 살던 친구와 첫 연애를 시작하면서, 영도의 숨겨진 곳곳을 함께 찾아 거닐었다. 새롭게 느꼈던 영도의 아름다운 장소와 순간. 그리고 그렇게 돌아다녔던 영도의 맛집과 술집. 그리고 지금의 영도. 경험으로 겪던 영도를 넘어, 영도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를 공부하고 알게 되면서 이전에 크게 와닿지 않았던 이 거칠고 잔망스러운 영도를 퍼즐 맞추듯이 하나둘씩 알아가는 중이다.

 

음식문화를 통해 바라보는 영도의 특징

영도는 피난민과 이주민들이 들고 왔던 각각 지역의 문화와 역사로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영도 음식문화는 다양한 지역 음식문화가 융합된 형태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이주민들의 역사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남항, 봉래시장이다. 두 시장의 간판을 자세히 보고 있노라면, 이주민 1, 2세대 분들의 고향을 본뜬 상호가 영도시장을 가득 메운다. 그리고 그 상인들의 고향 손맛과 삶의 방식들이 가게에 스며들어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 내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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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리 해변에서 물질을 마치고 나오는 해녀  


또한, 영도가 섬이라는 지리적 특징 때문에 거제도, 포항, 통영, 그리고 제주민들이 많이 영도로 넘어오게 되었다. 특히 제주민들이 넘어오면서 많은 문화를 가져왔는데 그중에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는 것이 제주 해녀문화이다. 어느 정도 성인이 되면 제주 밖으로 바깥 물질을 하러 가야 하는데 그중 영도는 해산물이 많고 나름 제주와 비슷한 구석이 많아 해녀들이 많이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영도에는 중리와 태종대 쪽 1, 2세대 해녀들이 열심히 물질을 하고 있다.

 

제주해녀 물질이 들고 온 영도지역의 해산물과 해조류 먹거리, 제주식의 국밥과 순대 등 다양한 제주문화가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그리고 영도가 육지와 가까운 섬이었기에 필연적으로 조선업이 발달했었고 이로 인해 흥했던 음식문화가 있는데 바로 대평동 조선업과 관련된 노동자들을 위한 주인장의 따뜻한 마음이 깃든 정식문화이다. 이렇듯 영도는 지리적 특색의 음식문화보다, 이주민들이 각자 지켜왔던 다양한 음식문화, 산업 구조가 만들었던 음식문화 등이 조화롭게 살아 있다.

 

문화도시와 함께 작업하는 프로젝트 중 이야기하고픈 프로젝트

방아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김영자 할머니는 방아를 직접 화단에 키우기 시작하며 시장에 팔기도 하고, 직접 이런저런 음식을 넣어보며 연구를 하셨다고 한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음식 중 하나가 방아잎 장아찌였다. 매실액과 물을 1:1대로 섞은 액에 생방아잎을 푹푹 넣고, 가느다란 소금을 솔솔 뿌려다가 삭힌 것이었다. 매실의 달큰한 맛과 방아의 상큼함이 어우러진 맛이었다.’

영도문화도시센터에서 진행하는 영도생태기획자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중 방아와 관련된 기억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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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아관련 영도이주민 할머니분들 인터뷰  

 

방아는 향과 맛이 강해 호불호가 무척 강한 향신채이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즐겨 먹지 않았더라면 쉬이 접하기 어려운 식재료이기도 하다. 이 방아는 어디서나 자랄 수 있는 식물이다, 하지만 주로 경상도권에서만 방아잎을 식용으로 사용해왔기에, 경상도민들이 많이 이주했던 영도에서 특히 방아를 먹는 식문화가 많이 발달해 있다. 지금도 수많은 영도 식당들이 방아를 넣은 추어탕, 아구찜, 장어탕 등을 내놓고 있으며, 영도주민들은 방아를 거부감 없이 상당히 즐기는 편에 속한다. 그래서 현재 영도식문화를 큰 주제로 잡고 다양한 영도민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식재료인 방아를 선택해서 제품과 레시피북을 만드는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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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아로 만든 페스토 


그동안 경상도 출신의 이주민들을 만나고 취재하면서 각 지역에서 먹었던 방아 이야기, 조리법 등을 아카이빙하여 영도 레시피북을 제작하고 있으며, 또한 나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방아를 잼, 페스토, 오일, 시럽 등의 제품으로 기획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숨겨져 있던 영도 식문화 이야기를 발굴하고, 재해석함으로써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영도의 색다른 매력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한수련

산야초와 농사를 시작으로 지금은 요리를 하며 영도에서 ‘라이스 케이터링’ 업체를 운영합니다.
어색한 것을 싫어해서 그 무엇이든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어울리는 것을 선택합니다.
#영도#음식#요리사#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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