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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이, 마을에 문을 두드리다

문화재생팀 박지현 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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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현 님


며칠 전, 외할머니를 뵈러 가는 길이었다. 약해져만 가는 할머니를 보기 두려웠던 나머지, 그냥 집에 가자고 툴툴거리기도 했다. 그때 보러 가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후회했을지도 모르겠다. 당일, 할머니랑 그득한 밥 한 끼하고 왔다는 후문.


할머니는 요 몇 달 새 우울을 겪으셨다. 마스크를 쓰게 된 지도 벌써 530여 일째1)니까,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거다. 사실 마스크 쓰기 전에도 할머니의 활동 범위가 그리 넓은 것은 아니었다. ‘행정복지센터(노인 일자리) - 이 일과의 다였고, 이따금 어머니와 함께 가는 병원이 다였다. 마스크를 쓰고 난 후에는 노인 일자리의 모임 빈도수도 적어졌다. 할머니의 활동량은 당연지사 줄어들었다. TV에서 확진자 수가 높아질수록, 할머니는 쇠약해졌고 무기력해졌다.

 

그러던 며칠 전, 만나 뵈었던 할머니의 낯빛은 전보다 나아 보였다. 엄마에게 연유를 여쭤보니 병원도 병원이었겠지만 사회복지사 한 분이 최근 할머니께 매일 안부 전화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는 할머니의 휴대폰 통화목록을 보니 요 며칠 새, ○○○ 사회복지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는 곧이어 할머니와 몇 마디 나누었다.


사회복지사랑 무슨 전화를 그리 해요?”/ “밥 뭇나 안 뭇나 그게 다지.”

 

그리고는 또 질문.

 

할머니는 친구 안 만나?”/ “내가 친구가 어딨노


전화 한 통이 뭐가 그리 큰 의미가 있겠냐마는, 할머니는 하루라도 전화가 늦게 오면 마냥 핸드폰만 보고 있단다. 그 말을 들으니 나는 집 가는 길 내내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제일 큰 화근은 죄송함의 차원에서였을까. 2021년도 상반기가 훌쩍 넘어간 이 시점에서까지, 줄곧 하고 있던 고민의 지점이 내 코 닿을 곳에 있었는데도 몰랐다는 지점이었지 싶다. 그리고는 내가 하는 고민에 더더욱 사명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사명감은 곧 외할머니와 비슷한 분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당연히 여기서 말하는 집은 단순하게 거주 중인 곳을 말하는 것은 아닐 터다.


5년 전, 서울 아르코 미술관에서 홈리스를 소재로 한 전시가 이루어졌다. 해당 전시를 기획한 목홍균 큐레이터는 “‘홈리스의 도시(The City Of Homeless)’는 단순한 건물의 의미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최초의 세계가 상실된 상황을 다양한 시선으로 담아내고자 했2)다며, ‘의 개념을 단순 주거의 문제가 아닌 사람이 살아갈 때 필요한 다양한 양상을 드러냈다. 집을 빼앗긴 자들의 장소, 집이 있지만 평안하지 않은 자들, 집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질문을 던져보는 물음들. 이 이야기들은 결국 홈리스를 하나의 형용사로 나타내며,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집은 무엇이었을까. 외부 환경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는 공간, 가족 간에 사랑과 믿음을 나누는 장소, 함께 모여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장소, 정신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장소, 다음 세대를 이어갈 자녀를 출산하는 장소, 노인들이 여생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 등등.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직도 어느 구석 하나 편한 이 없는 이들이 허다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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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BIGKIND <고립> 키워드 뉴스 업로드 수 

 

2020년 코로나19가 갑작스레 나타나며, 우리에게 의 필요성은 더 절실해져만 갔다. 우리는 서로 거리를 두며 멀리 착석해야만 했고, 사각형에 갇힌 채 보고 싶은 얼굴들을 봐야만 했다. 실제로도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언론에서 말하는 고립의 횟수는 2019(8,073) 대비 2020(11,713)3,640회가량 늘었다. 또한, 각 지자체와 기업, 민간, 단체에서는 코로나 블루에 대응하는 각종 심리 상담 관련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은 집 안에만 있는 사람들에게 손 닿고 있지는 못하는 실정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코로나19를 옆에 둔 채, 어떻게 고립을 해소할 수 있을까. 영도의 움직임을 살펴보며 고립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가보고자 한다.


최근 영도는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하는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되며, 2020년부터 다양한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영도문화도시센터는 2020년도에 18회차에 걸친 주민 참여 라운드테이블을 거치며, 센터는 총 6개의 의제를 정리하였다. 그중 하나의 의제는 사회적 고립감 완화에 대한 고민이었다. 해당 의제들의 고민을 해소할 때, 고려 지점들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문화예술로의 사회적 고립감 완화 방안. 둘째, 2021년도 영도구의 첫 커뮤니티 케어3) 운영. 셋째, 194)의 지역사회돌봄기관. 넷째, 주민 매개자의 필요성 등. 우리는 이 지점들을 가지고 첫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아무렴 다양한 사람과 소통의 장이었다. 사회적 고립감에 대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민을 하고 있었을 터,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는 것으로 우리의 발걸음은 시작되었다. 지난 69()에 이루어졌던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적 고립 완화 방안> 포럼이 그것이다. 해당 포럼에서는 사회복지, 문화예술, 행정 기관이 다 모여서 저마다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회복지, 문화예술 각 관점의 사회적 고립감에 대한 논의, 문화예술을 통해서 해소된 다양한 고립의 형태들, 그리고 행정에서 말하는 고립 완화를 위한 영도의 현황 등이 논의되었다. 아무래도 이 이야기들의 연장선에서, 제일 큰 고민 두 가지. ‘각자의 영역에서 어떻게 최선을 다하며 많은 이의 고립을 해결할 것인가?’, ‘문화도시 사업 종료 후에도 해당 고민이 계속해서 연결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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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적 고립 완화 방안> 중 오픈 토크 모습 

 

저 멀리 영국에서는 2018년 외로움 문제를 담당하는 장관이 생겼다. 영국은 외로움을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국가 차원에서 외로운 사람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정부 직책이다. 사회적 단절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에 따른 것이다5). 영국 정부는 외로움 장관을 임명한 후, 문화체육부, 정보통신부, 교통부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해서 외로움 퇴치국가 전략을 발표6)했다. 해당 전략에서는 정부, 기업, 자원봉사 및 지역사회, 공공/보건 서비스 그리고 친구와 가족 등 크게 다섯 섹션으로 나누어, 각 섹션의 역할을 정의하였다. 각 섹션은 각자의 자리에서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게끔 하는 역할 강화와 역할들의 유기적 관계에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현재는 자원봉사자, 지역 공동체, 병원, 학교, 비영리 단체, 공연 예술 단체, 기업과 함께 캠페인 및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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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결된 사회 -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 중, 역할 정의 


이처럼 지역사회의 외로움, 그리고 고립을 해소하기에는 지자체, 문화예술가들, 그리고 내 집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야 서로의 고립이 해소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부산에서도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9, 부산 시민을 위한 외로움 관련 조례7)가 제정되었고, 영도는 고독사 관련 조례 대상이 노인에서 1인 가구로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와중이다. 또한, 2021년부터 부산 지역 전역에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최근 영도에서도 2021년도부터 커뮤니티케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영도구청과 영도문화도시센터가 고립에 대한 해소 지점을 함께 찾아 나아가는 중이다. 구청과 센터는 연차적으로 그동안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의 고립의 형태까지 만나볼 예정이다. 이후에는 이 활동들을 시작으로 추후 영도가 문화예술 기반 커뮤니티케어 특구로서 통합 돌봄 도시를 꿈꾸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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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에서 '고독사' 관련 조례 변화 





1) 202171일 기준.

2) 김해문화의전당, https://www.opengallery.co.kr/exhibition/965/

3) 커뮤니티 케어는 2014년에 처음으로 등장하여, 대개는 지역사회통합돌봄으로 불리고 있다. 지역사회통합돌봄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 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사회서비스 체계(보건복지부, 2018)’로 정의된다. 해당 서비스의 사용자들은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기회가 잦아지고, 지역사회가 취약한 사람들과 함께하도록 촉진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배은석, 2021).

4) 부산광역시청 사회복지이용시설현황 기 https://www.busan.go.kr/welfare/ahfacilitystauts

5) 중앙일보, <영국, ‘외로움 담당 장관생겼다>, 2018118

6) 연결된 사회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A connected society a strategy for tackling loneliness)

7부산광역시 조례 제 5925, <부산시민 외로움 치유와 행복 증진을 위한 조례>

부산시민이 사회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이로 인해 받는 고통을 치유하고 행복을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회복과 건전한 공동체적 삶을 실현하는데 이바지하기 위함

 


문화재생팀 박지현 크루

언젠간 자신을 기획자라고 당당하게 소개하는 날을 꿈꾸는 사람.
문화기획을 공부하였지만 어떤 것이 문화이고, 기획인지 여전히 알아가고 있다. 공부 하는 걸 좋아하면서도 싫어하는, '노는 게 제일 좋아 스타일'.
같이 놀면서 공부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프로고민러 #문화기획자 #자칭루키 #타칭은글쎄

주소.부산광역시 영도구 대평로 27번길 8-8, 2층 영도문화도시센터 전화.051-418-1863 팩스.051-418-1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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