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녹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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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으로 기억되는 곳, 영도

김성건 오두막필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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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건 오두막필름 감독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많은 고민을 했다. 영도를 카메라에 '' 담아내야 하는 프로젝트를 맡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라는 표현 속에 여러 의미가 있다.

 

우선 '임팩트 있게', '이쁘게', '아름답게', '따뜻하게'처럼 감성적 혹은 정서적인 부분이 있다. 여기서 '멋지게', '웅장하게', '다이내믹하게' 이런 느낌은 애초에 빼버렸다. 우리가 맡은 프로젝트와 맞지 않았고, '영도는 이런 이미지와 맞지 않다'라고 나 스스로 결론을 내려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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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 남항방파제의 빨간등대 

다음으로 '있는 그대로', '보이는 대로'처럼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에 대한 부분이다. '카메라로 찍는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그 부분에 대한 얘기다. 우리 같은 영상 업자들에게는 매일 같이 반복되는 어렵지 않은 아주 일상적인 활동이다.

 

항상 변수는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터져버린다. 아주 일상적인 활동인 '어떻게 찍을 것인가' 계획하는 단계에서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욕심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 욕심의 근원이 뭘까 짜 맞춰보니, 스스로 영도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증명할 수 없는 어떤 자신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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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녁 영도 흰여울마을 

 

영도에서 나고 자라진 않았지만, 참 많이도 왔다. 영도에 집이 있는 사람, 영도에 직장이 있는 사람, 그 사람들 다음으로 많이 오지 않았나 싶다. 이모집이 있고, 지인은 흰여울마을에서 사진관도 하고, 친구들과 낚시도 많이 왔다. 환승이 안 되던 시절에도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1시간 반이 걸리는 데다, 낚싯대를 들고 버스를 타야 해도 친구만 있으면 부끄러운 마음이 반 이하로 떨어졌다. 요즘은 직접 운전해서 20분밖에 안 걸리니 얼마나 편한지. '영도가 이렇게 좋아졌다'며 여자친구와 새로 생긴 카페들도 가보고, 이제는 자동차 한 대씩 뽑은 친구들과 모여, 파도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농구도 해보고, 코로나가 오기 전, 축제 시즌에는 행사 촬영팀으로 흰여울, 태종대, 봉산마을, 해양대, 해양박물관 이곳저곳 못 가본 곳 빼곤 다 가 본듯하다. 이 정도면 자신감 좀 가져도 되지 않을까.

 

첫 번째 변수. 깡깡이마을을 몰랐다. 이 부분에서는 웃음이 터져야 합니다. 우리가 영상 제작 의뢰를 받은 곳이 <영도문화도시센터>인데 이곳이 깡깡이마을에 있다. 게다가 영도문화도시센터의 전신 격이 되는 곳이 바로 '깡깡이예술마을'이다. 웃음 포인트를 지나 진지하게 뜯어보면, '깡깡이마을''영도''심장' 같은 곳이다. 이런 의미를 알게 되고, 촬영을 위해, 해 뜨기 전부터 깡깡이마을을 관찰해 보니, 도저히 '있는 그대로'라는 촬영 기법으로는 '이쁘게', '아름답게', '따뜻하게' 담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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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깡깡이마을 뒤로 동이 트고 있다 

 

두 번째 변수. 욕심이 많았다. "영도는 여기저기 이렇게 찍으면 돼"라고 자신 있게 얘기를 했는데, 계획했던 대로 찍는 게 쉽지 않았다. 영도라는 지역 특성상 자연 생태계와 풍경을 많이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촬영은 날씨와 시간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기상상태와 태양의 각도 등을 철저히 계산해서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에 드는 컷이 잘 담기지 않았다. 자꾸 이전에 내가 다른 사람들과 이곳에서 봤던 모습과 현재 촬영 중인 컨디션이 머릿속에서 비교가 되면서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컷이 없었다. ', 그때는 더 아름다웠던 것 같은데' 이런 생각. 계절의 문제였을까. 아니면 '즐기다''일하다' 사이의 기분 탓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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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 동삼동에서 바라본 노을 

 

세 번째 변수. 서만선 할머니. 이 할머니는 센터에서 '시 쓰기''그림 그리기' 수업을 받고 흥미를 느껴 본격적으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분인데, 필력과 그림 실력이 상상 이상이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유튜브로 찾아보시길. 영도라는 섬에, 할머니가, 이런 믿기지 않는 재능(?)이라고 표현하기엔 너무 아까운, 그런 예술성,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니. 나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부숴주신 분. 서만선 할머니에 대해 얘기를 듣고,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세 번째 '변수'가 곧 '정수'가 되었다. 결국, 사람이다. 영도를 잘 담아내는 방법은 영도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잘 담아내는 것임을 느꼈다. 촬영이 끝난 뒤로는 한 번도 뵌 적이 없다. "할머니 그림 진짜 잘 그리세요. 글도 진짜 잘 쓰시네요. 노래를 배운 적이 있으세요? 함께 촬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에 또 봬요." 모두 진심으로 한 말이고,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위해 절차에 맡게 섭외를 하고 촬영을 했을 뿐인데, 왜 아직도 마음속에 빚을 진 느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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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문화도시센터 마당에서 서만선 할머니가 그림 그리는 모습

 

영상을 처음 배운 지 15년이 되었다. 내가 선생님이라 부르는 분(현실은 당시 사장님)은 나름 열심히 찍어간 나의 한 컷 한 컷을 보고 '알맹이'가 없다고 했다. 내가 찍어간 풍경 화면을 정지시키고, 신문에서 사람 사진을 가위로 한 장 오려 내더니, 그 풍경에 겹쳐 놓았다. 반드시 담아내야 하는 건 결국 사람이었고, 사람의 '알맹이'는 곧 '표정'이었다. 영도는 항상 행복한 표정이길.

김성건 오두막필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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