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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정원, 자연의 질서와 생명이 공생하는 아름다운 공간

손석범 자유정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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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범 자유정원가 


팬데믹의 시대 : 오만 그리고 생태의 균열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두려움과 절망 속에 빠져 있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자연과 생태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더불어 그 끝이 언제일지 알 수 없는 기나긴 전쟁을 치르면서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바이러스조차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함에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오늘날 자연환경의 파괴와 그에 따른 생태계의 위기가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데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사실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상의 모든 자리는 수많은 야생의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의 장()이다. 온갖 생명의 삶의 터전인 이곳에서는 물과 흙, 바위 같은 무생물은 물론 식물과 동물 심지어 미생물 등 각기 종류는 다를지라도 서로 영향을 주기도 하고 의존하기도 하며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며 살아간다. 이것이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 생태이며 이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말하는 것이 생태계인 것이다.

 

그런데 인류가 만들어온 거대한 문명은 우리의 오랜 서식처인 자연 생태에 생각보다 깊은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현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이는 모든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공생의 마음보다는 인간중심의 오만한 사고가 낳은 결과이다. 어쩌면 지금의 사태는 인간 스스로 불러온 무질서한 교란의 시간을 겪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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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카페에 걸린 코로나 안내문 ⓒ손석범

 

정원의 시대 : 본능 그리고 자연의 끌림

현재 우리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정원이 열풍이다. 매년 전국 곳곳에서 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고 정원을 컨셉으로 한 카페는 이제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최근에는 팬데믹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 안에서 반려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흐름 역시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정원은 우리 생활과 아주 가까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요즘 사람들은 왜 정원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것은 정원이 크든 작든 정원 안에서는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 봄, 언 땅을 깨고 쑥 고개를 내민 새싹을 발견했을 때, 어제까지도 온몸을 웅크리고 있던 꽃봉오리가 활짝 피었을 때, 싱그러운 햇살 사이로 진한 초록색 잎사귀가 반짝일 때, 울긋불긋하게 변한 잎들이 어느새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 때와 같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원의 작은 변화에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끌린다. 이것은 우리가 자연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명확하게 증명하는 일이며 또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태정원과 자연주의정원의 당위성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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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속 옥상에 조성된 자연주의 정원 Queen Elizabeth Roof Garden ⓒ손석범

 

자연주의정원 : 공생 그리고 생태적 균형과 회복

과거의 정원은 인간이 자연을 소비하는 인간 중심적인 정원이었다. 누군가의 취향을 드러내고 과시하기 위해 치장하는 것이 정원의 중요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자연주의정원은 생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 그 때문에 정원을 디자인할 때도 자연의 식생에서 볼 수 있는 군락의 구조와 종간의 경쟁, 공생 등의 생태적 질서를 바탕으로 한다. 이를 통해 사람이 관리하거나 개입하지 않더라도 아름다움이 충분히 유지되는 자연의 초원이나 숲처럼 식물과 더불어 정원에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곤충과 조류 등이 안전하게 번성하는 자립공동체를 구성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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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조성 후 생물다양성이 높아진 Potters Field Park ⓒ조용철

 

자연주의정원은 그저 새롭게 유행하는 정원 양식이 아니다. 지구환경의 다양한 문제와 자연성의 회복은 인류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이며 시대적 요구다.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파괴하고 잃어버렸던 자연에 대한 반성이자 열망이며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고자 하는 본능적 방식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시대의 정원은 사람을 위한 단순한 장식적인 녹지대를 넘어 수많은 자연의 생명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공간이 되어야 한다. 정원이야말로 도시에서 사라진 생물다양성과 무너진 생태적 균형을 회복하고, 아름답고 생명이 넘치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인류가 자연 속에서 다양한 생명과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기반을 만드는 일, 이것이 자연주의정원의 본질이다. 

손석범 자유정원가

주식회사 더가든 이사
흙과 식물이 주는 매력에 이끌려 7년여 동안의 조경전문지 기자 생활을 접고 정원가로 삶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자연을 닮은 자연주의 식재 디자인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연주의정원 #지속가능한 #생물다양성 #공생하는 #자연의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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