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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얘기 좀 해-”

육끼 이야기청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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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그런 경험 있지 않나요.

속이 터질 듯 답답할 때, 지금 당장 위로받고 싶을 때, 고민이 많아 결정하기 힘들 때, 혼자만 간직하기엔 너무 마음이 쿵쾅거릴 때, 곧 밝혀질 뉴스(!)라 하더라도 너에겐 제일 먼저 말해주고 싶을 때...... 주변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 있지 않나요. 그 이야기에 마치 처방전처럼 마음이 풀어지고, 삶에 또다시 힘이 생겼던 기억.

 

이야기의 힘은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마주하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고 이야기를 통해 경험과 생각을 연결해주고,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삶을 연결해주는 것 말이죠.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들은(저를 포함해) ‘이야기청이란 이름으로 도시 속 삶들을 연결하고 기록하는 활동을 5년째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청도, 저도) 5년을 하다 보니 거창할 거 없이 이제는 뭔가 자연스러워진 부분도 있어요. 지역에서 노인을 만나는 것도,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도 어느새 일상처럼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을 설명하기가 좀 어렵긴 해요. 자신만만해서가 아니라 우리는 이 활동을 하는 동료와 노인을 꽤 오랜 시간 만나거든요. 최소 일 년 정도요. 그 시간 동안 함께 이야기하고, 듣고, 생각(상상)하고,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잘할 수 있는 예술로 작업하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일 년에 한 번씩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그 시간 안에서 털어놓게 되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하고, 인정하게도 되고...... 그렇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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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2021 이야기청 성북, 송파, 영등포 활동 포스터 이미지

 

삶 속에서 벌어진 다양한 사건(!)과 이야기가 쌓이는 과정을 서로 나누고, 영향을 주고받고, 다음번에 다시 시도해보기도 하면서 어떻게 하느냐라는 질문에 (각자가) 스스로 자연스러워진 게 있습니다.

작가들도 저도, 보통의 삶이라는 것 말고는 처음 만난 노인과 나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수록 신기하다고 느끼는 것은, 보통의 평범한 노인의 이야기 속에서 나와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 때문입니다. 살아온 시간도, 장소도, 경험도, 문화도, 때로는 성별도 다른 그녀()들의 지난 이야기 속에서 느껴지는 동그란 공통감들...... 그런 것들을 저희는 계속 기록하고 있어요. 기록하면서 느낀 감정들도 빼놓지 않고요. 기록이라는 행위가 바로 우리 각자의 삶들을 시간과 장소를 가로질러 연결해주는 순간일 것입니다. 이야기의 힘은 기록을 경유하며 시간적, 공간적 봉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닐까요.

 

이야기청은 올해 서울 송파구 내 풍납동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함께 활동한 작가가 작업을 통해 이런 말을 나눴는데요.

우리는 앞으로 가장 오래 남을 건축물인 토성과 언젠가는 사라질 건축물로 이루어진 풍납동 동네 사이에 있습니다.” (이성직 작가의 말. ‘풍납 함께 걷기프로그램 중)

풍납동 하면 사실 풍납토성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초기 백제 시대 성곽인 풍납토성 인근에서만 65년 거주한 80대 후반의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었습니다. 65년이라니, 툭 건드리기만 해도 풍납토성뿐만 아니라 풍납동에 대해 줄줄줄이지요.

 

길고 탁 트여 있어서 산책길로도 유명한 이곳은 예전에 토성 옆이 다 배추밭이었고, 제가 좋아하는 아카시아도 많았다고 해요. 지금은 아파트와 상점이 들어서 있지만, 예전엔 마을 중심에 두레박 우물과 독가마도 있었고요. 그때는 마을 이름이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처럼 윗동네, 아랫동네로 불렸다지 뭐에요. 사적으로 보존되고 있는 이 토성이 한때는 큰 홍수로 허물어졌었다는 이야기는 할머니도 시어머니를 통해서 전해 들으셨다고 해요, 그 이야기는 이어지고 이어져 저희에게도 전달되었답니다. 풍납동의 동네 이야기 말고도 할머니는 오 남매를 낳고 세탁소를 운영하시며 가정을 일군 이야기까지. 가족을 둘러싼, 여성으로 살아온, 경제활동을 통한 사회변화 이야기까지, 한 사람의 생애사는 참 넓고도 깊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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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와 작가, 기획자들이 송파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좌), 할머니의 세탁소에서 작가가 만든 영상을 상영하는 모습(우) 

 

지극히 개인적이고 구구절절한 그 이야기 속에서 1950년대부터 2021년까지의 서울의 풍납동, 여기 마주 앉은 80대와 40, 그리고 풍납토성의 이야기로 만난 할머니와 나, 그리고 할머니의 시어머니까지... 가본 적도, 인연도 없는 우린 서로 만나고 연결되어 있더라구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야기와 기록은 참 놀라운 일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하고 있는 기록의 핵심은 시간성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 안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어떤 미래가 연결되어 있고 다양한 해석과 관계, 사건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 다 떠나서 그 이야기들은 꽤나 서로에게 유효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어서 사실 다른 수식어는 별로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지금도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기록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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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끼

육끼 이야기청 디렉터

문화기획자이자 마을활동가.
편안하게 술술 털어놓게 만드는 경청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은 토끼를 꿈꾸며
현재는 이야기를 찾고, 나누고, 연결하는 사람.

@memory.talk.house
#이야기의힘 #이야기청 #글로못담은아쉬운마음언젠가변명할날또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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