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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문화도, 사랑도, 영도

류성효 독립문화기획자

본문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을 담백한 사랑 노래처럼 불러주는 곳이 영도문화도시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인사처럼 건네고, 당신이 서 있는 이 섬 골목골목에 당신으로 인해 빛나는 순간이 향기처럼 배어 있다고 넉살 좋게 웃어주며 말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영도문화도시센터에서 일하는 청춘들이었다.

 

문화도시는 정책 사업의 한계를 넘기 위한 태도와 노력을 강조하며 등장했다. 그런데 이것이 형식 안에서 강제되는 압박의 강도로도 작동하는 것 같다. 문화적 가치의 실재화를 조급하게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과정을 압축하거나 결과를 과장하고 싶은 흔한 유혹에 시달리기 쉽다는 것. 하지만 영도에서 만난 청춘들은 다행히 아직 솔직하고 유쾌하게 인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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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문화도시센터 크루들 


지금은 어색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마흔 살이 넘은 내가 부산 청년문화와 관련해 발언과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청년으로 불릴 나이에는 청년이라는 말로 우리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현재의 정책에 필요한 근거와 사례를 이것저것 소환하다 보니 연락을 받게 되는 경우였다. 연락을 받으면 내가 가야 할 자리인지를 우선 고민하고, 승낙할 경우 발표나 역할을 준비하다가 예전의 기억을 지금의 생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경험을 했다.

 

"세상에는 기억되지 않는 뜨거운 청춘들이 많다. 우리는 그런 청춘들의 집합체였다."

"세상이 언제 바뀔지는 몰라도,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불가능한 영역에 있다고 해도, 솔직한 열망을 믿고 묵묵히 뛰고 싶다."

 

대학 졸업 후 30대를 고스란히 채웠던 활동의 기억을 책으로 옮기면서 서두에 꺼냈던 말이다. 내 기억은 항상 어떤 사람들의 모습으로 가득한데 그들은 대부분 실천력을 갖춘 공상가였다. 결핍이 동기가 되었고 위기를 통해 성장했으며 나보다 다른 사람을 주어로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았던 사람들. 세상 물정 모른다는 말로 행정이나 주류 권력에 의해 무시되기 일쑤였던 그들 활동의 가치와 잠재력을 주목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관계망에 있던 그들 스스로였다. 독립문화와 사회운동의 영역에서 젊은 활동가들이 스스로 등장하는 역사가 이어졌던 것을 경험했던 나는 부산이 잉태했지만 키우지는 못한 많은 사람의 이탈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했고, 역할을 찾아 아직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몇몇을 누구보다 응원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 일부가 영도문화도시에 있다는 점이 가슴을 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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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 기획자의 집> 참여 모습 

 

내 기억 안에서 부산의 정책은 대체로 굵고 크고 강한 것을 지향하는 것 같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하고 섬세하고 따듯하며 즐거운 무엇이었다. 강한 것으로 우위를 점유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따듯한 것을 모두에게 스며들게 하고 싶었다. 노력이라는 말로 미화되는 희생과 경쟁의 논리보다 놀이의 생산력과 창의성을 믿었다. 내가 만들어 낸 것이 존중받기를 원했던 만큼 다른 사람의 것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누고 실천했던 것들이 지금 문화도시의 목적이나 방법과 놀랄 만큼 닮아있다. 하지만 실천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문화도시는 예산 규모, 사업형식과 기간 등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사업이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지자체가 관심이 있다고 봐도 될 만큼 뜨거운 사업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설계 자체부터 문제가 많았던 사업들의 실패에서 이월되었던 기대가 문화도시에 과하게 몰려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 기대가 정말 문화도시 사업을 통해 실현 가능한 것일까? 도시마다 상황이 달라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도시가 선언한 목표가 너무 크고 모호해서 다른 문화사업의 실패를 닮아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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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 기획자의 집> 참여 모습

 

여러 문화도시의 거대한 목표를 위해서는, 현재 책정 예산이 적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준비 기간을 포함하면 최소 6년 이상의 시간이 주어지지만, 목표의 실재화를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인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공감했지만 현재의 양성 방법과 수급 상황이 가진 한계를 받아들이고 섬세하고 장기적인 도전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저것 사회변화에 따른 문화의제를 담은 사업 모두를 문화도시에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활동이 조금 더 선명히 보이도록 오히려 덜어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작위적인 씨앗을 온실 안에서 돈을 들여 시한부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뿌려지더라도 누군가의 가슴 안에서 싹을 틔울 수 있는 씨앗을 찾고 만드는 작업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예산 지원이 종료되면 활동도 날카롭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관성이 사람들 안에서 능동적으로 어떤 행동을 만들어 내며 서로의 생각과 의지가 지켜지도록 할 수는 없을까?

 

영도문화도시는 시각적이고 물리적인 것으로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도시 곳곳에 사람들의 경험과 의지가 남겨지도록 노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영도 사람들의 삶이 변하는 것이 도시의 변화라고 했다. 사람을 남기겠다고 했다.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각하고 관계할 수 있는 세상이 먼저 바뀌면 된다. 나라는 사람의 세상이 변하고 내가 매일 마주하는 사람과의 사이에 있는 세상이 변하고, 다채로운 인연이 선물하는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이어져 영도라는 섬을 따듯하게 감싸면 된다.

 

영도문화도시는 이미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문화도시의 지향과 가치를 이미 실천해왔던 사람들이 영도 문화도시 사업에서 역할을 이어가고 있고, 영도의 청춘들이 문화도시센터에서 그들 스스로의 인생에 변화를 만들어가며 가장 먼저 문화도시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사업 안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조금씩 열고 필요한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활동가와 지역청년, 시민들이 이미 연결고리를 만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당신이 외롭지 않도록 담백한 사랑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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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효 독립문화기획자

류성효 독립문화기획자

부산에서 전시 만드는 일을 하다 독립문화판의 가슴 터질 듯이 아름다운 청년들과 한 시절을 보냈다.
나이 마흔을 넘겨 희망으로 극복하지 못한 실망을 안고 서울로 훌쩍 떠나서 이것저것 문화판 일로 먹고 산다.
잊을꺼라고 했는데 사실은 아직 부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종종 부산에 출몰한다.

주소.부산광역시 영도구 대평로 27번길 8-8, 2층 영도문화도시센터 전화.051-418-1863 팩스.051-418-1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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