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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야 놀자!

윤여경 디자인이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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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경 디자인이론가


문화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한자로 文化무늬가 바뀐다는 뜻이고, 영어로 ‘culture’경작한다는 뜻입니다. 땅의 무늬가 바뀌려면 누군가 경작을 해야 하니 동양사람이나 서양사람이나 문화에 대한 생각이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주어진 자연이 아니라 사람이 애써 만들고 가꾼 성과를 문화라 여긴 것이죠. 그럼 문화는 어떻게 형성될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놀이입니다. 책 좀 읽은 분들은 놀이하면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는 <호모 루덴스>라는 책에서 현명한 인간(호모 사피엔스)’도구적 인간(호모 파베르)’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문화적 현상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으로 보완합니다. ‘놀이(play)’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놀이는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는 활동이 아니라 문화의 기반이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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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모 루덴스> 요한 하위징아 저, 연암서가 출판

 

이 책 덕분에 사람들의 놀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놀이가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바탕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놀이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진 활동입니다. 또 놀이는 어떤 목적이 없습니다. ‘놀이의 즐거움그 자체가 목적이죠. 재미나 즐거움이 없으면 더 이상 놀이를 하지 않으니까요. 하위징아는 우리가 당연히 생각하는 언어, 예술, 철학, 학문, 의례, 전쟁 등의 문화는 모두 놀이에서 비롯되었고, 건축과 의복 등의 생활양식의 유행도 일종의 놀이로서 발달했다고 주장합니다. 자신의 장기인 중세역사를 근거로 중세인들의 놀이가 그 사회의 문화로 자리잡히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하위징아가 서양사람의 입장에서 놀이(play)’를 살폈다면 이번엔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 놀이를 생각해보죠. 한국말 학자 최봉영은 <주체와 욕망>에서 놀이장난그리고 을 구분합니다. 한국말에는 놀이와 비슷한 활동을 가리키는 장난이란 말이 있습니다. ‘놀이장난은 모두 미래의 목적이 아닌 현재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활동입니다. 다만 규칙의 제약과 자유로움의 정도 차이가 있죠. ‘장난은 규칙이 없습니다. 반면 놀이는 규칙이 있죠. 혼자 놀든 함께 놀든 놀이에는 언제나 나름의 규칙이 있습니다. ‘장난처럼 마음대로 할 수 없죠. 그래서 놀이보단 '장난'이 더 자유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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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와 욕망> 최봉영 저, 사계절 출판

 

도 규칙이 있습니다. ‘의 규칙은 놀이보다 더 엄격합니다. 그 이유는 에는 미래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을 하는 사람은 현재적 즐거움보다는 미래의 목적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시하는 태도랄까요. 그래서 을 하는 사람은 당장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참고 버티죠.

 

놀이규칙을 갖는 즐거운 과정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결과와 과정에 있어서는 놀이가 구분되지만, ‘놀이는 규칙을 공유합니다. 하위징아는 장난놀이’, ‘을 섬세하게 구분하지 않았지만 장난스러운 놀이가 어떻게 공공적인 로 전환되는지 그 과정을 잘 설명했습니다. 미래의 유익한 목적도 현재의 재미 혹은 즐거움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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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문화도시 브랜딩 결과발표때 작업물

 

저는 문화라는 말에는 장난놀이’, ‘이 모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놀이는 무한히 자유로운 장난과 엄격한 규칙에 기반 한 을 매개합니다. 그래서 사적인 장난이 공적인 일로 바뀌는 문화를 형성시키려면 반드시 놀이를 강조해야 합니다. 하위징아가 주장했듯이요. 문화가 놀이로 매개될 때 비로소 제멋대로인 장난의 과정이 즐겁고, 힘겨운 일의 결과도 유익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9년 영도는 문화도시에 선정되었습니다. 이후 영도구청과 문화도시센터는 영도의 문화를 북돋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영도는 처음 시행되는 문화도시 사업 중 하나이기에 어깨가 무섭습니다. 문화도시가 되려는 많은 지역이 영도를 주목하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영도가 최고의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문화도시를 꿈꾸는 다른 지역들의 귀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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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문화도시 브랜딩 결과발표때 작업물 


답은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잘 놀아야 합니다. 그럼 잘 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규칙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놀이가 장난처럼 여겨지지 않습니다. 저는 영도구청과 문화도시센터가 해야 할 일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놀기 위한 규칙 만들기. 문화도시를 이끄는 분들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재밌게 잘 놀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이렇게 바꿔야 합니다. ‘어떤 규칙을 주면 사람들이 즐겁게 놀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아주 중요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사람들을 놀도록 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니까요

 

저는 이번에 영도 문화도시 브랜딩에 참여했습니다. 브랜딩 입찰부터 결과 발표까지 계속 강조한 컨셉은 잇기입니다. 한국말에서 잇다있다와 발음이 유사합니다. 한국 사람에게 있다라는 존재는 잇다리는 연결에 기반하기 때문이죠. 브랜딩 팀은 영도의 존재가 다양한 가치의 연결에서 비롯된다는 취지에서 브랜딩 컨셉을 잇기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영도의 모든 문화와 가치를 이을 수 있는 규칙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사실 놀이 규칙은 복잡하면 재미가 없고 확장성도 떨어집니다. 그래서 최대한 단순하면서 확장성이 가능한 규칙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나온 규칙이 바로 한 선 잇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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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의 모든 형태를 한선으로 잇기 


한 선 잇기는 영도 문화도시 브랜딩의 알고리즘입니다. 이 알고리즘 놀이 규칙으로 영도 문화도시의 모든 그래픽과 글꼴 등을 제작했습니다. ‘한 선 잇기브랜딩 규칙은 시각물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영도의 소리와 맛, 향 등 영도의 모든 감각, 영도의 과거와 미래, 영도의 산업과 문화, 영도의 모든 사람이 이 알고리즘으로 이어져 서로 함께 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나아가 부산과 경남, 대한민국, 일본과 중국 등 세계의 사람들이 영도야 놀자라며 불러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쨌든 놀이는 함께할수록 더 즐겁고 재밌으니까요.

윤여경 디자인이론가

저는 디자인이론가이자 그래픽디자이너입니다. 그린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디자인이 사람과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린 #디자인 #교육 #시각문화 #한국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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