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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로 비빌 언덕 만들다

이초영 별일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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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초영 별일사무소 대표 


요즘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라는 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돌봄(Care:케어)이 필요한 주민들이 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며 지역사회(Community:커뮤니티)에서 거주하면서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서비스 체계를 의미한다. 말 그대로 내가 사는 마을에서 건강하게 노후를 보낸다는 뜻이다. 지역사회가 고령 인구와 취약계층의 돌봄을 통합적으로 책임진다는 정책 방향은 우리나라의 저출산과 고령화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출산율 0.84, 2026년 초고령사회가 당장 눈앞이다. 나날이 1인 가구, 고독사 - 혹자는 고립사라고 표현한다 - 와 자살은 늘어나고 있으며 복지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사회를 받치고 있는 허리 세대는 치열한 자녀 교육열과 치솟은 부동산으로 인해 노후 준비가 소홀해져, 은퇴 이후 온전히 사회보장제도에 의존하는 양상이 예상된다.


지금처럼 복지체계가 정교화되기 전,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틈을 메웠던 존재는 마을이었다. 개인이 고립되지 않도록 주변 이웃이 하나둘씩 보태고 도왔다. 없는 형편에서도 살림을 나눴고, 소소한 금전까지 빌려주며 어떻게든 버틸 수 있도록 서로를 부축했다. 이렇듯 개인과 마을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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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의 동네들

 

영도구는 202012월 기준, 부산시 16개 구군 중 12번째의 인구 규모, 최하위의 재정자립도, 고령화율 27.4%1위이며, 2021년 복지 예산은 전체의 59.8%에 해당한다. 점차 심각해지는 사회적·구조적 불균형이 안전한 마을살이의 순기능을 무너뜨리는 현상을 포착한 영도문화도시센터는 별일사무소와 함께 주민, 공무원, 사회복지사가 직접 고립을 말하고 문화예술을 통한 고립감의 완화를 도모하는 조사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의 결과로 사회복지영역의 돌봄과 문화예술영역의 사회적 관계 형성을 결합한 영도형 커뮤니티 케어를 제안할 예정이다. , 문화예술을 통한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영도구의 모든 주민이 배제 또는 고립되지 않는 돌봄 체계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과연 문화예술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가능할까.

 

이와 관련하여 영도문화도시센터는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실마리를 현장에서 찾고자 영도구청 복지정책과와 8개 동 행정복지센터 복지팀과 연계하여 고립의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되는 주민 30여 명을 선정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 8명이 직접 선정된 주민의 집을 방문하여 함께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똑똑똑, 예술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조사연구와 협력하고자 연구원들은 예술가, 간호직 공무원의 첫 방문에 동행했다. 주민에게 혼자라고 느낄 때혼자서도 시간이 잘 간다고 느낄 때를 직접 묻고 답변을 들었다. 내년에 팔순이 된다는 노인은 늘 외롭다며 가세가 기울어 이사한 거라서 새로 이사한 동네에 친구가 없고 옛 동네를 찾기 싫다고 했다. 영도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다는 또 다른 동갑내기 노인은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하러 간 날,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아는 사람과 마주칠라치면 다른 골목으로 숨어들어 30분 넘게 맴돌았다고 했다. ‘없이 사니 대접도 않터라면서 동기간에도 연락을 끊었단다. 젊은 시절, 관광버스 운전을 한 노인은 사별한 부인이 이따금 꿈에 나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은 마음이 답답할 때 시장에 나가 앉아 있거나, 갈 곳이 없어도 마냥 걷는다고 했다. 외롭다는 생각을 지우려 애써 딴생각하며 식물을 돌봤고, 키우는 개와 대화하며 혼자의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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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세 노인의 마음 정원 

 

무엇이 이들을 고립시키는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비자발적 고립의 출현은 개인의 사정, 문제, 성향으로 치부하기보다 각종 사회제도가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방증으로 봐야 한다. 대안으로 문화예술이 개입된 통합돌봄이 실제 작동하기 위해서 짚어야 할 주요 내용을 제안하며 마치려고 한다.


우선 공간 중심의 획일화된 프로그램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간을 이용하는 주요 대상은 자발적 활동 의지가 미약하게나마 있는 주민들이다. 심리적·물리적인 이유로 공간 이용이 불편한 주민을 고려하지 않는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찾지 않으면 더 고립되는 구조이다. 공간에 가지 않으면 정보에 뒤처지고 접근마저 서툴러 포기하게 된다. 따라서 공간 중심의 활동에서 탈피하여 주민의 관점에서 활동의 참여 여건을 다방면으로 살펴야 한다. ‘뭐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 제일 중요하다. 이때 본인의 욕구와 취향을 파악하는데 문화예술이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둘째, 가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한다. 주민들은 며칠간 바깥에 나가지 않는 이유를 특별히 갈 곳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이메일 주소는 있지만 메일 보낼 사람이 없고, 무료할 때 연락하여 시시콜콜 수다 떨 가족과 친구가 적다. 현재 이런 상황의 몇몇 주민은 참여 예술가의 작업실에 방문하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가고 싶은 곳, 반기는 사람을 보기 위해 대문 바깥으로 나올 구실과 목적을 만드는 것, 문화예술 활동으로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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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삼오오 앉아계신 신선동 주민들 

 

셋째, 서로를 마을 친구로 삼을 수 있으면 좋다. 문화예술은 또 하나의 친교 언어이다. 활동이라는 신체 대화를 통해 예술이 주는 감흥을 나누고 어울리는 과정을 거칠 때, 차츰 마음을 열고 의지하는 서로의 이웃이 될 수 있다.


넷째, 자존감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특히 경제활동인구로서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느끼는 고연령자일수록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행위를 통해 나의 쓸모를 인정받는다고 여긴다. 참여하는 누구든 서로를 존중하며, 지역사회 안에서 주어지는 내 역할을 즐겁게 수행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활동을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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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동 도래샘 행복나눔사랑방 


마지막으로 지역사회가 앞서서 통합돌봄 체계를 갖추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는 네트워크의 노드(Node)처럼 지역자원에 밝은 주민들이 매개자로 맹활약해야 한다. 다양한 지역 정보 중에 연결지점을 빠르게 파악하여 전달과 재분배할 수 있는 매개 주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왕래가 뜸하면 대문을 두드리고, 수명이 다한 형광등을 기꺼이 갈아주는 통장님처럼, 저녁찬 한두 가지를 올려보내는 아래층 주부처럼, 응급 연락이 가능한 동네 파출소 번호를 알려주는 예술가 선생님처럼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것, 이제 막 영도에 그 씨앗을 심었다.




도움자료

1. 영도문화도시 연결포럼 6,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적 고립 완화 방안자료집 내 지역사회 돌봄 정책과 문화예술 연계 필요성’(배은석고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발제문

2. 2021 영도문화도시 연결포럼 6,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적 고립 완화 방안자료집 내 영도구 현황과 복지-문화 분야 협의체 구축 방안’(김수연영도구청 생활보장과)의 발제문

3. 최상미전재현, & 정무성. (2015). 사회통합적 관점에서 본 문화복지 프로그램의 효과성서울도시연구16(4), 177-194.

4. 이혜승. (2011). 취약계층 문화복지사업의 추진실태 분석서울:감사연구원

5. 최보연. (2019). 고독해결을 위한 예술기반 사회적 처방’ 정책 확산과 문화정책적 함의영국 사례를 중심으로문화와 정치, 6(1), 233-268.

 


이초영 별일사무소 대표

20대 마지막 즈음, ‘배가 고파도 하고픈 일하며 살자’는 마음으로 홍대 앞에서 활동을 시작하여, 이후 19년간 문화기획자라는 직업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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